사랑시는 아름다운 시구절로 누군가를 연모하는 마음을 전하는 시다.
몇 해 전 YES24는 누리꾼 3천 명의 투표로 ‘예쁜 우리말로 쓰인 사랑 詩 10수’를 선정해 발표했다.
추운 겨울에 마음까지 따뜻하게 하는 사랑시.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고백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아래 시를 활용해 보자.
10위. 황지우 ‘너를 기다리는 동안’ 中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9위. 도종환 ‘옥수수 밭 옆에 당신을 묻고’ 中
견우직녀도 이 날만은 만나게 하는 칠석날
나는 당신을 땅에 묻고 돌아오네
안개꽃 몇 송이 함께 묻고 돌아오네
살아 평생 당신께 옷 한 벌 못 해주고
당신 죽어 처음으로 베옷 한 벌 해 입혔네
8위. 안도현 ‘그대에게 가고 싶다’ 中
진정 내가 그대를 생각하는 만큼
새날이 밝아오고
진정 내가 그대 가까이 다가서는 만큼
이 세상이 아름다워질 수 있다면
그리하여 마침내 그대와 내가
하나되어 우리라고 이름 부를 수 있는
그날이 온다면
봄이 올 때까지는 저 들에 쌓인 눈이
우리를 덮어줄 따스한 이불이라는 것도
나는 잊지 않으리
7위. 서정주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같이’
섭섭하게
그러나
아주 섭섭치는 말고
좀 섭섭한 듯만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이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엊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이 아니라
한두 철전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6위. 김남조 ‘그대 있음에’ 中
그대의 근심 있는 곳에
나를 불러 손잡게 하라
큰 기쁨과 조용한 갈망이
그대 있음에
내 마음에 자라거늘
5위. 신경림 ‘가난한 사랑 노래’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4위. ‘황동규, 즐거운 편지’ 中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3위. 유치환 ‘행복’ 中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2위. 한용운 ‘사랑하는 까닭’ 中
내가 당신을 기루어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미소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눈물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1위. 김소월 ‘먼 훗날’
먼 후일 당신이 찾으시면
그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후일 그때에 잊었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