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친구에게 자신의 구명조끼를 양보하고 맨몸으로 헤엄쳐 나오다 숨진 채 발견된 남성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다.

9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6일 12시 30분께 ’30년지기’ 김모(39)씨와 위모(38)씨는 낚시를 하러 전라남도 고흥군 포두면 해창만 간척지 호수로 향했다.

그들은 인근의 대여점에서 보트와 구명조끼를 빌려 낚시에 나섰다.

낚시를 하던 중 오후 2시쯤 날씨가 갑작스레 나빠졌고 두 사람은 배를 돌리려 했다.

하지만 돌풍이 몰아치며 낚싯배에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고, 보트가 침몰당할 지경에 다다르자 김씨는 위씨에게 물로 뛰어들라고 소리쳤다.

두 사람 모두 구명조끼를 가지고 있었지만, 먼저 물에 뛰어든 위씨의 조끼가 부풀지 않았다.

아직 배 위에 있던 김씨는 허우적거리는 위씨를 보고 자신의 조끼를 위씨에게 던졌다.

자신은 수영을 하면 된다고 구명조끼를 위씨에게 내어주고 물로 뛰어든 순간, 거센 파도가 둘을 덮쳤다.

이후 위씨는 김씨가 건네준 조끼를 붙잡고 바람에 밀려 육지에 도착해 생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김씨는 실종 하루가 지난 7일 사고 지점에서 50m 떨어진 물속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씨가 위씨에게 건넨 구명조끼가 두 사람의 운명을 엇갈리게 만든 것이다.

김씨와 위씨는 초·중·고등학교 시절을 함께 보낸 30년 친구로, 10년째 함께 낚시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위씨는 “나를 살리고 친구가 떠났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애통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생사가 오가는 위기의 순간에 친구를 위해 구명조끼를 내어 준 김씨의 뜨거운 우정과 비통한 사연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한편 경찰은 사고가 난 배에 대해 “내수면 어업에 통상 사용되는 보트로 안전 기준이 따로 없으며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압수한 조끼의 불량 여부를 확인할 것이라 밝혔다.

더불어 경찰은 사고 보트 대여점 업주를 입건해 허가 없이 보트 대여점을 운영한 혐의에 대해 조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