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다른 영장류 간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과학자들 사이에서 늘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었다.
과연 인간과 침팬지의 아기를 함께 키우면 어떻게 될까?
두 생명체는 과연 같은 환경에서 얼마나 같게, 혹은 얼마나 다르게 자라날까?
이 흥미로운 실험은 1931년 한 심리학자에 의해 실행되었다.
피실험자는 ‘구아’라는 이름의 아기 침팬지와 생후 10개월인 아이 ‘도널드 켈로그’였다.
구아와 도널드는 같은 식탁에서 식사를 하도록 교육받았다.
학자들은 실험 기간 동안 신장과 체중, 혈압, 지각 운동 기능은 물론 두개골의 차이까지 세심하게 검사하고 기록했다.
실험이 거듭될수록 실험자들은 놀라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동일한 조건 하에서 인간인 도널드보다 침팬지인 구아 쪽이 인간의 환경에 더 잘 적응하고 있었던 것이다.
구아는 도널드보다 먼저 실험자들을 기억했고, 인간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거나 용서를 구하는 행동을 취했다.
또한 구아가 장난감을 발견해 가지고 놀면 도널드는 구아의 행동을 보고 따라하는 식이었다.
그러나 이 실험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인간인 도널드가 또래 아이들에 비해 언어 발달이 너무 늦었던 것이다.
19개월의 도널드가 말할 수 있는 단어는 오직 세 가지 뿐이었다.
또한 구아가 배가 고플 때 짖는 듯한 소리를 내고 음식을 받는 것을 본 도널드가 해당 행동을 따라하기 시작했다.
결국 실험은 중단되었고, 실험을 통해 얻을 수 있었던 결과는 ‘침팬지가 인간처럼 자라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침팬지처럼 자란다’는 것이었다.
실험 종료 후 구아는 동물원으로 돌아가 어미와 재회했지만 침팬지의 무리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음 해에 사망했다.
도널드는 급속하게 언어 능력이 발달하고 하버드 의대에 진학하여 정신과 의사가 되었지만, 부모가 죽은 후 42세에 자살했다.
이 실험은 유전 요인이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환경의 영향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잘 보여준 사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