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말하는 말 속에 흑인의 심장을 멎게 만들만한 단어는 무엇이었을까.
지난 1일, BBC 뉴스 코리아에서 올린 이 영상은 한국에서 생활 중인 흑인들이 차별을 겪은 일화들을 공개했다.
모델 한현민, 그리고 ‘콩고 왕자’로 알려진 라비와 조나단 형제가 영상에 나와 그들의 차별받은 일화들을 소개했다.
이들이 겪은 차별은 우리가 잘 느끼지 못하는 것과는 다르게 심각한 수준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어린시절, 유치원생 아이들은 흑인인 이들을 보고 “아프리카노, 까매 까매 까매”라고 노래부르며 놀리기도 했다.
“머리카락 진짜냐”라며 “수세미같다”고 보는 사람마다 물어보며 만지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TV에 나오는 아프리카는 유니세프 광고에서나 볼 수 있거나, 아프리카의 지역은 사라지고 그저 ‘아프리카’라는 하나의 정체성으로 불릴 뿐이었다.
심지어 아프리카가 하나의 나라인 줄 아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택시 기사들은 대놓고 흑인 손님을 거부하기도 했고, 유치원에서 “흑인 공주는 예쁘지 않다”는 말을 거리낌없이 하는 친구에게 충격을 받기도 했다.
또 사람들은 백인들에게 “어디에서 공부하냐” 등을 묻는 한편 흑인이나 동남아 사람들에게는 “어느 공장에서 일하냐”고 곧바로 묻는 차별적인 질문을 하기도 했다.
이들이 증언하는 것 처럼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인종차별은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한현민은 영상에서 말하던 와중 “들으면 심장이 딱 멎는 말이 있다”고 말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해당 단어는 누리꾼들이 ‘긍정적’인 단어라고 생각하면서 흑인 남성을 칭할 때 쓰는 ‘흑형’이라는 단어였다.
의도와는 정 반대로, 실제로 흑인들이 들으면 아주 기분이 나쁜 단어라는 것이다.
한현민은 “‘흑형’이라는 단어가 억양이랑 어감이 매우 나쁜데 그걸 모르고 쓰는 분들이 정말 많다”라고 털어놨다.
조나단 또한 해당 단어에 대해 “그 말 자체는 사소할 수 있지만 한 번 더 생각하고 말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한현민은 또 “선입견을 안 가졌으면 좋겠다”라며 “저희도 똑같은 사람이라는 인식을 해주셨으면 좋겠다”라는 당부로 끝맺었다.
이들의 대화 내용과 영상은 비록 이들의 밝은 성격 덕분에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촬영됐지만, 그 내용은 한국 사람들의 인종 차별에 대한 깊은 괴로움이 담겨 있었다.
실제로 이 영상을 접한 한국의 누리꾼들은 “평생 상처일텐데 그런걸 웃으면서 말하다니 더 미안한 마음이다”, “앞으로 ‘흑형’이라는 단어는 쓰면 처벌받아야” 등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지난 11월 콜롬비아와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경기에서 발생한 인종차별 행동이 이 영상으로 인해 다시금 화제다.
카르도나 선수가 눈을 찢는 행동이 공중파에 생중계되며 많은 한국인들이 분노, 카르도나의 SNS 계정은 욕설로 뒤덮였다.
이후 해당 선수는 사과했고 콜롬비아 축구협회까지 공식적으로 “인종차별이라는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 정중히 사과한다”는 공문을 보내오고 선수 및 축구협회에 사과하기도 했다.
우리가 당하면 분노하면서 같은 나라에 사는 사람에게 차별을 가하고 있지는 않은가 돌이켜 생각해 볼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