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출연하게 된 방송은 그녀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방송 출연 때문에 비구니가 된 소녀’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해당 글은 ‘산골소녀’로 유명했던 이영자 씨의 사연을 담고 있다.

이영자 씨는 지난 1982년, 산 속에서 태어났다. 아버지와 단 둘이 함께 오지에서 화전을 하고 약초를 캐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국의 시골과 오지를 전문적으로 촬영하던 한 사진작가가 그의 집을 우연히 발견하게 된다.

두 부녀의 사연을 접한 사진 작가는 이영자 씨에게 사진 촬영을 부탁했고 영자 씨는 기꺼이 모델이 되어 주었다.

이 사진을 통해 이영자 씨는 세간에 알려지게 되었고, 이후 지난 2000년 KBS ‘인간 극장’ 프로그램을 통해 ‘그 산 속에 영자가 산다’특집 명으로 방송에 출연했다.

방송에서는 오지에서 살아가는 이영자 씨와 아버지의 순박한 삶을 담고 있었다. 해당 방송은 많은 인기를 얻었고 부녀 또한 화제의 인물이 되었다.

방송에서 영자 씨는 오지에 살며 문명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한 모습이었고, 학교조차 제대로 나오지 못했다.

시청자들은 방송 이후 영자 씨를 위해 많은 후원을 아끼지 않았고, 영자 씨는 한 후원자의 도움으로 서울로 상경해 초등 과정 검정 고시 준비를 시작했다.

그녀의 유명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동통신회사 LG텔레콤은 그녀의 순수한 이미지가 긍정적일 것이라 판단해 CF 모델로 섭외하기 까지 한 것이다.

이렇게 이영자 씨는 방송 출연으로 인기를 얻는 과정이 전달되며 많은 사람들은 두 부녀의 앞에 행복한 일들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비극은 시작되고 말았다.

방송이 나온 1년 뒤인 2001년 2월 12일, 영자씨가 서울에 상경해 검정고시 준비에 한창이던 시절 아버지가 산골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충격적인 사실은 당시 시신이 끔찍한 모습으로 훼손되어 있었던 것이다. 왼쪽 쇄골에는 깊은 상처가 나 있었고, 콧등에는 누군가에게 맞은 듯 피가 흐르고 있었다.

범인은 당시 부녀의 CF 출연료와 후원금 소식을 듣고 돈이 많을 거라는 생각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그러나 정작 아버지에게서 나온 돈은 현금 10만원이 전부였다.

설상가상으로, 2001년 2월 27일 이영자 씨를 후원하던 후원회장의 더러운 진실이 밝혀지고 말았다.

그 동안 영자씨가 받은 출연료와 인세를 모두 뺏고, 심지어는 폭행 및 강간까지 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당시 그는 회장의 폭행이 무서워 아무에게도 해당 사실을 말할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이 사실은 많은 사람들을 충격에 빠지게 만들었다.

이영자 씨는 이후 세상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 “사람들이 너무 무섭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자신이 살던 인근 모 산사로 귀의해 비구니로 전향한다.

비구니로 전향한 사실 또한 공개적인 것은 아니었는데, 주변 친지 몇 명에게만 전한 뒤 조용히 출가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영자 씨의 행방이 묘연해지자 뉴스와 언론사들은 그녀의 행방을 찾기 시작했고, 결국 전국 방방곳곳을 돌며 그가 있는 절까지 찾아갔다.

그 이후에도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한 출판사에서 두 부녀의 이야기를 담아 ‘영자야, 산으로 돌아가자’ 는 제목의 책을 출간한 것이다.

당시 출판사 측은 “이영자 씨의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우리와 합의했다”고 주장하지만, 이 또한 출판사가 단순히 이슈를 끌기 위해 한 거짓말로 드러났다.

몇 년 후, 한 여학생이 TV출연 후 유명세를 얻은 뒤 악플과 괴소문에 시달려 자살한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언론들은 이 사건을 ‘제 2의 영자사건’이라 부르며 카메라를 들고 이영자 씨가 있는 절까지 찾아가 인터뷰를 시도하려 했다.

당시 주지스님은 사람들을 좋은 말로 타이르려 했지만 쉬이 물러나지 않는 기자들에게 “사람을 두 번 죽이려고 드냐!”며 화를 내기에 이르렀다. 그제서야 사람들은 돌아갔다.

현재 이영자 씨가 아버지와 함께 살던 산 속 집은 아직도 텅 빈 채로 남아있다고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