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습니다”라는 말을 남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과거 이 사건이 벌어진 전두환 정권 시절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1987’이 개봉돼 많은 감동을 주었기도 하다.
영화에서는 현실감 넘치는 고문 장면이 등장하는데, 이는 당시의 끔찍했던 상황을 그대로 재현해 관객들에게 조금이나마 한국 현대사의 아픔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영화의 인기가 높아지고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재조명되면서 비인간적인 고문 행위들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고문’은 숨기고 있는 사실을 강제로 알아내기 위해 육체적 혹은 정신적 고통을 지속적으로 가하는 행위를 말하는데, 당할 때도 극심한 고통을 주지만 그 이후에도 엄청난 후유증을 남긴다.
그래서 고문 피해자들은 평생을 괴로운 후유증을 겪으며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그 잔혹함은 배가 된다.
여러 고문 중에서도 수감자들을 평생 비정상적인 상태로 후유증에 시달리게 할 만큼 악명 높은 고문이 있다.
그 고문은 바로 ‘하얀 방 고문(White room torture)’이다.
이 고문은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고문실에서 진행되는데, 고문실의 벽, 바닥, 천장은 모두 하얀색으로 칠해져 있다.
흰색 조명이 깜빡거리는 고문실에 수감자들은 수염과 머리카락을 모두 깎은 나체 상태로 감금된다.
제공되는 음식은 역시 하얀색인 쌀밥뿐이다. 수감자들은 이 상황에서 강제로 시끄러운 음악까지 들어야 한다.
수감자들은 온통 하얀색으로 둘러싸인 ‘하얀 방’에서 시공간 감각이 점점 마비된다. 일명 ‘감각 이탈’ 증상을 느끼다 결국에는 자아까지 혼란에 빠지는 정신분열을 일으키기도 한다.
끔찍하게 인권을 유린하는 이 ‘하얀 방’ 고문 행위는 한 때 단지 괴담이나 소문에 그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과거에 미국의 ‘CIA 고문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이 하얀 방 고문이 행해졌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실제로 이란 출신의 남성 아미르(Amir)는 2004년 당시 자신이 직접 8개월 동안 하얀 방 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해 화제가 됐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하얀 방 고문은 매우 끔찍했고 당시의 후유증이 그에게 트라우마로 남아 아직도 정신적 고통을 주고 있다고 한다.
그는 “온통 하얀 방에서 8개월 동안 갇혀 있으니 부모님 얼굴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였다. 그곳을 벗어났을 때 나는 이미 평범한 사람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밝혔다.
또한 아직도 그 때의 후유증 때문에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처럼 하얀 방 고문은 평생 지워질 수 없는 정신적 상흔을 남기는 매우 잔혹한 고문이다.
따라서 인권 단체들은 하얀 방 고문을 비롯해 수감자들에게 가해지는 온갖 고문 행위가 더 이상 자행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치 스파이나 테러범들에게 중요한 정보를 캐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고문이 행해져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해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