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애슬론 선수 고(故) 최숙현(22)씨를 죽음에 이르게 한 주범 중 하나인 안주현(45) 운동처방사가 여중생이었던 최씨와 동료들을 대상으로 상의를 탈의시킨 뒤 아로마 오일 마사지를 하는 등 성추행으로 의심되는 행동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씨와 함께 운동했던 A씨는 14일 국민일보와 만나 “훈련이 끝난 뒤 안씨가 몸을 진정시켜준다며 상의 속옷까지 다 벗으라고 한 뒤 몸 위로 올라타 어깨, 등, 다리, 허벅지 등에 오일 마사지를 해줬다”고 밝혔다.
다른 동료 B씨는 “안씨가 모텔 방바닥에 누우라고 한 뒤 브래지어 끈을 풀라고 했는데, 당시 한 공간에 남자 선수들이 함께 있었던 적도 있다”며 “병원에선 커튼을 친 병상 안쪽에 안씨와 단둘이 있는 상태에서 마사지를 받았다”고 상기했다.
최씨가 수영에서 트라이애슬론으로 전향한 2012년부터 2013년까지 뛰었던 경북 트라이애슬론 팀 선수들이 모두 마사지의 대상이었다.
선수들은 안씨의 마사지에 민망함을 느꼈지만 문제제기하지 못했다. 김 감독과 안씨의 권위 때문이었다.
당시 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경북체육회 소속이었던 김 감독은 ‘경북 트라이애슬론의 아버지’ 같은 위상을 갖고 있었다.
A씨는 “당시엔 ‘안씨가 대단한, 높은 사람이다’란 말을 김 감독에게 들었던 터라 민망함을 느꼈지만 시키는 대로 했다”고 떠올렸다.
한편 안씨는 최근 경주시청 팀 선수들을 대상으로 성추행을 했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주시청 피해 선수들은 “치료를 이유로 가슴·허벅지를 만지는 등 수치심을 느끼게 했다”, “뺨을 때리곤 ‘내가 널 얼마나 이뻐했는데’라며 볼에 뽀뽀했다”는 증언을 내놓은 바 있다.
A씨는 “사건이 터진 뒤 안씨에게 몸을 맡겼단 사실이 너무 싫었고, 지난 3주 동안 매일 밤 잠을 못 잘 정도로 울었다”고 했다.
장세인 스포츠한의학회 부회장은 “정형외과 의사든 한의사든 팀닥터는 물론이고 트레이너들도 아로마 마사지는 절대 안 한다”며 “특히 여성 선수들은 맨살을 드러내야할 경우 수건으로 가리는 등 더 조심해 치료하는데 심지어 자격도 없는 사람이 그런 행위를 했다는 게 당황스럽다”고 했다.
이은의 이은의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원치 않았지만 문제제기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마사지를 받았다면 위계에 의한 강제추행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