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휩쓸었던 사이클 국가대표 선수가 어느 날 ‘급성 백혈병’을 진단받고 쓰러졌다.
선수 생활을 포기하지 않고 언젠가 복귀할 날을 꿈꾸는 이민혜 씨의 모습에 누리꾼들은 눈시울을 붉히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지난 9일 EBS ‘메디컬다큐-7요일’에서는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투병 중인 전 국가대표 이민혜 선수의 투병기가 그려졌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낸 이민혜 씨는 여자 사이클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의 보석과 같은 존재였다.
2020년 도쿄 올림픽까지 출전하는 꿈을 꾸며 열심히 달려오던 그에게 1년 5개월 전 뜻밖의 소식이 전해졌다.
갑자기 열이 오르고 시야가 흐릿해져 응급실을 찾은 이민혜 씨는 ‘백혈병 판정’을 받은 것이다.
어머니로부터 조혈모 세포 이식을 받으며 살 수 있다는 희망을 꿈꾼 것도 잠시, 5개월 만에 가슴 부위에서 백혈병이 재발했다.
건강할 땐 ‘국가의 딸’로 살다가 아프고 난 뒤에야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온 딸.
이민혜 씨는 자신 때문에 고생하는 어머니에게 미안한 마음만 가득하다.
하지만 어머니는 엄마는 어릴 때부터 운동하느라 떨어져 살았던 딸을 지금이라도 마음껏 안아볼 수 있어 그저 감사하다고 말했다.
어머니 최강희 씨는 서른 살에 남편과 사별하고 홀로 이민혜 씨와 언니 이혜진 씨를 키웠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운동에 두각을 나타내면서 이민혜 씨는 사이클을 시작했고, 가족들과 떨어져 살았다.
자주는 못봤지만 어머니는 딸이 경기에서 메달을 따는 모습을 보며 마냥 자랑스럽고 기특했다.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금, 은, 동메달을 모두 석권한 이민혜 씨는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어머니에게 연금을 주기 위해 피땀 흘리며 운동을 했다.
어머니는 “사실 민혜가 벌어 여태껏 생활했다. 나 때문에 달렸다고 하더라”며 지금의 상황이 모두 당신 탓인 것만 같아 눈물을 흘렸다.
그동안 이민혜 씨가 자신의 모든 시간을 어머니를 위해 썼다면, 어머니가 이제 이민혜 씨 옆에서 모든 시간을 딸을 위해 바치고 있다.
작은 먼지 하나도 이민혜 씨 몸에 치명적이기 때문에 가족들은 매일 살균제로 쓸고 닦기를 반복한다.
방사선 치료로 음식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딸을 위해 어머니는 정성껏 요리한 음식을 먹인다.
하지만 오늘도 이민혜 씨는 먹은 음식을 모두 토해냈다.
갑작스러운 구토에 바닥이 더럽혀지자 이민혜 씨는 어머니에게 습관적으로 “미안해”라고 말했다.
엄마는 그 말이 너무나 속상해 “미안해라고 하지 말랬지. 사랑해라고 말하라 했지”라며 호통을 친다.
며칠 후 민혜씨가 병원을 찾았다.
1차 이식수술 이후 재발했던 민혜씨에게 새로운 치료법이 제시됐다.
이번에는 림프구 또는 면역세포를 몸에 주입하는 방법이다.
건강한 면역세포로 백혈병 세포를 죽이는 것인데, 가장 중요한 면역세포는 이번에도 어머니가 기증한다.
어머니는 처음 딸이 죽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울지 않았다.
매번 기적 같은 승리를 거둬온 딸이 이번에도 잘 버텨줄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몸이 많이 힘들고 아프지만, 이민혜 씨는 선수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치료를 위해 어머니와 딸이 나란히 병원에 입원했다.
서로에게 미안하고 감사한 두 사람은 손을 꼭 맞붙잡아 본다.
림프구 주입이 끝나고 어머니는 “어차피 제가 다 줬으니까 좋은 결과로 거부반응도 약하게 왔으면 좋겠고, 2차, 3차 림프구 주입도 빨리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작지만 큰 바람을 드러낸다.
이민혜 씨 역시 “이번에는 잘 싸워서 몸속에 있는 자잘한 암세포들이 죽었으면 하는 바람들이 있다”고 기도했다.
화려했던 선수 생활을 뒤로하고 병과 싸우고 있는 이민혜 씨가 하루빨리 건강을 찾고 운동을 다시 할 수 있기를 시청자들도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