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에서 여성 두 명이 성추행범을 현장에서 붙잡아 넘겼는데도 역무원이 단순 소란행위로 오인하고 풀어준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6일 오후 8시 10분쯤 달서구 대구지하철 2호선 두류역에서 탑승한 여성 A씨는 지하철에서 성추행을 당했다. A씨의 옆자리에 있던 한 남성이 A씨의 신체 특정 부위를 손으로 꽉 움켜쥔 것이다.
이에 A씨는 고함을 지르며 재빨리 손을 뿌리쳤고, 이를 지켜본 여성 승객 B씨는 전동차 내부에 있는 인터폰으로 기관사에게 “여기 이상한 사람이 있다”고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기관사는 관제실로 신고사항을 전달했고, 관제실은 다음 역인 내당역 직원에게 현장 출동을 명령했다.
가해 남성인 C씨를 붙잡고 있었던 A씨는 기관사가 도착하자 “C씨가 신체 특정 부위를 만졌다. 성추행범이다”라고 알리고 내당역 역무원 2명에게 C씨를 인계했다.
하지만 이 남성은 곧바로 풀려나 종적을 감추었다. 내당역 역무원이 단순 소란행위를 피웠다고 생각해 인적사항도 기재하지 않고 그냥 풀어준 것이다.
A씨는 다시 내당역 역사 사무실로 돌아와 C씨에 관해 물었지만, 내당역 직원은 “C씨가 도망갔다”라고 대답했다. 황당한 답변에 A씨가 따져 묻자 직원은 “단순히 소란을 피운 것으로 생각하고 보내줬다”라고 말을 바꿨다.
이에 A씨가 항의하자 역사 직원은 오히려 A씨에게 “성추행범이라고 말한 것이 확실하냐, 경찰에 신고하고 싶으면 따라 내려서 호소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응대했다.
대구지하철 측의 이러한 처사에 시민들은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공사 관계자는 “당시 역무원이 피해 여성에게 상처를 주는 발언을 한 것과 관련해 내부 징계가 있을 예정”이라며 “앞으로 같은 생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내부 시스템과 매뉴얼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VONVON/ 무단복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위반 시 법적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