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성범죄를 고발하는 ‘미투 운동’이 전세계적으로 여러 분야에서 확산되고 있다.
성범죄와 관련된 사회적 인식과 제도 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는 가운데 일본의 성폭력 피해 조사 방법이 공개되며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 4일 방송된 ‘SBS 스페셜’은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고발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방송에서 일본인 기자 이토 시오리(28)는 성폭력 피해 고발 이후 자신이 겪어야 했던 일본 경찰의 조사 방식에 대해 입을 열었다.
지난 2015년, 이토시오리는 일본 민영방송 TBS 기자였던 야마구치 노리유키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성폭행 피해 사실에 대해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고압적인 태도로 시오리를 대했을 뿐만 아니라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질문까지 했다.
경찰은 시오리에게 “처녀냐”고 묻는 등 피해자 조사에서 나와서는 안되는 질문을 했다.
그 뿐만 아니라, 경찰은 “피해자 진술서를 제출하면 당신의 인생은 물거품이 될 것이다”, “이 남자를 고소하면 일본에서는 절대 일을 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협박을 하기까지 했다.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을 우선시 해야 할 경찰관이 오히려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하는 등 비상식적인 행동을 한 것이다.
시오리는 오히려 자신이 범죄자가 된 기분이었다고 토로했다.
피해 사실을 확인하기 위한 검증 조사는 이보다 더 심각했다.
그녀는 다수의 남자 수사관에게 조사를 받았다.
수사관들은 시오리의 몸에 인형을 올려 놓고 여러 자세로 움직이며 어떻게 성폭행을 당했는지 강간 장면을 재연할 것을 요구했다.
시오리는 “(조사를)그렇게 할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며 “예전 직장동료가 이런 건 ‘2차 성폭행’이라고 말 했다. 정말 말 그대로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는 피해 검증에 불필요한 과정이었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에게 심각한 정신적 충격과 성적 수치심을 안기는 처사였다.
그럼에도 시오리는 이를 견디고 피해 상황을 진술했으나 가해자 야마구치 노리유키는 끝내 처벌받지 않았다.
택시 기사의 증언과 호텔 CCTV 영상이 확보되면서 야마구치 노리유키가 체포되긴 했으나 이후 체포가 중단 됐다.
일본 주류 언론 역시 이 사건에 대해 다루지 않았다.
시오리는 추가적인 피해 사례를 막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면서까지 사건을 공론화시켰다.
시오리는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진실을 밝히고 성범죄 피해 여성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싸우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존재한다고 한다.
지난달 25일 대한변호사협회가 공개한 2017년 검사 평가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도 조사과정에서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꼈다는 성폭력 피해자가 존재한다.
특히 한 검사가 성폭력 피해자에게 “성폭행 당하는 게 싫었다면 당할 때 얼굴에 욕이라도 해주지”라고 말한 것이 밝혀지면서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