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소방대원이었어요. 누구보다 자부심이 강했는데…”
출동 현장에서 술에 취한 행인에게 폭행을 당해 19년간 현장을 누렸던 119 구급대원이 목숨을 잃었다.
그녀의 빈소에는 무거운 침묵과 울음만이 교차했다.
같은 소방관인 남편과 올해 초등학교 6학년, 고등학교 1학년이 된 두 아들은 그녀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 듯 허망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하루 아침에 아내와 엄마를 잃은 가족들은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고, 안타까운 죽음 앞에 동료들은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훔치느라 말을 잇지 못했다.
제단에는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그녀의 영정사진과 생전에 입었던 근무복 두 벌이 놓여 있었다.
지난달 2일 오후 1시 20분께 전북 익산소방서 인화 119 안전센터로 한 남성이 술에 취해 의식 없이 쓰러졌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근무 중이던 강연희(51, 소방위) 소방관은 동료와 함께 현장에 출동해 술 취한 윤모(48)씨를 인근 병원으로 옮겼다.
이 과정에서 강 소방관은 윤모씨에게 심한 욕설과 함께 머리를 수차례 폭행당했다.
사건 이후 경련, 구토, 불면증, 어지럼증 등에 시달리던 강 소방관은 뇌출혈 증세로 의식을 잃었고, 긴급히 수술을 했지만 증세가 악화돼 결국 숨졌다.
강 소방관은 이렇다 할 지병이나 질환도 없었고, 항상 현장의 일선에서 일하며 열의가 넘치던 강인한 소방관이었다.
현장에 함께 있었던 박중우 소방관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활발하고 유머가 넘치고, 항상 따뜻하게 대해 주시는 분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동료는 “구급대원으로 현장에서 20년 가까이 활동하며, 전문심장소생술 과정과 기본인명소생술 과정을 마칠 정도로 열의가 넘치셨다”며 “직장을 사랑하던 구급대원”이라고 그녀를 설명했다.
익산소방서는 오는 3일 오전 10시 강 소방관에 대한 영결식을 거행하고, 1계급 특진을 추서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강 소방관을 폭행한 윤모씨는 지난달 19일 소방기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윤씨는 무직이며 과거 폭력 혐의로 교도소에 다녀온 전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구급활동을 방해한 혐의만 받고 있지만, 강 소방관의 부검을 통해 폭행과 사망 간의 인과관계가 밝혀진다면 폭행치사죄를 적용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