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5월 20일 태완이(당시 6세)는 대구 동구의 한 골목을 지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신원미상의 인물이 나타나서는 태완이가 저항할 틈도 없이 태완이에게 황산을 뿌렸다.
황산 테러를 당한 태완이는 49일간 투병하다 결국 숨졌다. 결국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살인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태완이법’이 제정되었다.
지난 2015년부터 태완이법이 시행되면서 장기 미제 살인 사건들이 속속 해결되고 있다.
경찰은 태완이법이 시행되자 각 지방경찰청에 장기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을 공식 직제로 편성하고, 발생한 지 5년이 지난 미제 살인사건은 전담팀이 넘겨받아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오늘은 최근 해결된 장기 미제 사건 10가지를 뽑아보았다.
1. 약촌 오거리 살인 사건
약촌 오거리 살인사건은 2000년 8월 전북 익산시 약촌 오거리 부근에서 택시운전자 유모 씨가 흉기에 찔린 채 본인의 택시에서 발견된 사건이다.
당시 경찰과 검찰은 김 씨가 아닌 최초 목격자 최모 씨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조사과정에서 최모 씨에게는 불법체포 및 감금, 가혹 행위가 이루어졌다.
최모 씨는 견디다 못해 허위 자백을 했고,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2010년 만기 출소한 최모 씨는 재심을 청구해 2016년, 16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후 재조사가 이루어졌고 결국 경찰은 당시 용의자였던 김모 씨를 체포했다.
최근 경찰청은 이 사건과 관련해 당시 수사 과정에서 무고한 시민을 범인으로 몬 과오를 사과했다.
2. 의성 뺑소니 청부살인 사건
의성 뺑소니 사건은 2003년 경북 의성군 다인면 한 농촌 지역 도로에서 일어났다.
인근에 사는 김모 씨가 라이트를 끄고 달려든 1톤 트럭에 치여 신음하다 숨진 것이다.
이 사건은 2013년 특가법상 뺑소니 사건 공소시효 10년이 되면서 영원히 묻히는 듯했다.
그러나 “보험금을 노린 뺑소니 교통 사건이 있었다”는 첩보가 금감원에 입수되면서 경북지방경찰청 미제수사팀은 당시 사건 기록을 재검토하고, 계좌추적과 탐문 수사에 나섰다.
천고의 노력 끝에 아내가 보험금을 노리고 여동생에게 남편을 살해해달라고 청부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들을 살인혐의로 구속했다.
3.안양 호프집 살인 사건
1997년 4월 11일, 안양시 만안구의 한 호프집 여사장 A씨는 술에 취해 소란을 피우던 취객 B씨에게 살해당했다.
부엌칼로 A씨를 찔러 살해한 뒤 달아난 B씨는 19년 만인 2016년 검거됐다.
B씨는 1991년 중국인으로 국내에 밀입국한 뒤 범행을 저질렀다.
그는 범행 다음 날인 4월 12일 밀입국 자진신고 후 강제 출국 당하는 방법으로 중국으로 도주할 수 있었다.
이후 2003년 국내에 다시 밀입국해 2011년 재외동포 고충민원을 신청하면서 ‘이OO’로 외국인 등록을 해 경찰의 추적을 피해 한국 생활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4.용인 교수 부인 살인사건
2001년 6월 28일 오전 4시쯤 경기 용인시에 거주하던 의대 교수 A씨 부부의 단독주택에 침입자가 들어왔다.
범인 김 씨는 공범 B씨와 함께 침입해 A씨의 부인을 살해하고 A씨에게도 중상을 입히고 달아났다.
사건 발생으로부터 16년 뒤인 2017년 살해범이 무기 징역을 선고받았다.
김 씨의 범행은 경찰이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 폐지로 이 사건 재수사에 나서자 공범 B씨가 가족에게 범행 사실을 털어놓으면서 드러났다.
B씨는 2016년 경찰 출석을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5. 나주 드들강 여고생 살인 사건
이 사건은 2001년 2월 전남 나주 드들강 유역에서 당시 17세였던 여고생이 성폭행을 당한 뒤 물에 잠겨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경찰은 시신에서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체액을 발견했지만, DNA가 일치하는 용의자를 찾지 못해 오랜 기간 미제로 남아 있었다.
이후 10년이 지나서야 대검찰청 유전자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다른 강도 살인으로 무기징역을 받고 복역 중인 김 씨가 범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김 씨는 2017년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6. 호프집 여주인 강도 살인 사건
2002년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에 있는 모 호프집에서 장 씨는 가게 주인 윤모 씨를 흉기로 마구 때려 살해했다.
장 씨는 당시 빚이 많고 생활비가 부족하자 여자 업주 혼자 있는 호프집에 손님으로 가장하고 들어가 함께 술을 마신 뒤 단둘이 남게 되자 흉기로 마구 폭행했다.
이후 가방과 지갑, 현금 등을 가지고 나온 것으로 드러났다.
검거된 장 씨는 16년만에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7. 대구 노래방 여주인 살해범
2004년 6월 25일 대구 북구의 한 노래방에서 주인이 흉기로 찔려 숨졌다.
범행 이후 도주한 A씨는 13년간 수사망을 교묘히 피해왔다.
그러나 2017년 대구 중구 길에서 귀가하던 여성을 둔기로 때리고 손가방을 빼앗아 달아나다 경찰에게 붙잡혔다.
조사 과정에서 13년 전 사건의 범인인 것이 드러났다.
그는 또한 2009년 수성구 노래방 여주인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다는 사실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8. 부산 다방여종업원 살인사건
2002년 5월 21일 부산 사상구 괘법동의 한 다방에서 A는 퇴근한 여종업원 B씨를 납치했다.
범인은 피해자를 청테이프로 손발을 묶고 흉기로 가슴 등을 수십 차례 찔러 숨지게 한 뒤 시신을 마대자루에 담아 부산 강서구 바닷가에 유기했다.
범인은 간접 증거와 시민 제보 등을 통해 15년이 지나 붙잡혔으며, 무기 징역을 선고받았다.
9. 아산 갱티고개 살인사건
이 사건은 2002년 4월 18일 오전 2시 30분쯤 자신의 차를 타고 귀가하던 노래방 여주인 A씨가 목 졸라 살해된 사건이다.
범인 일당은 15년 만에 붙잡혔으며, 이들은 같은 직장을 다니며 알게 된 사이로 직장을 그만둔 뒤 돈이 필요하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자주 다니던 노래방 여주인을 범행 대상으로 삼고 귀가하던 A씨에게 ‘집까지 태워다 달라’고 접근했다.
이후 아산시 송악면 갱티고개 인근에서 A시의 목을 조르고 흉기로 찔러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2017년 말 무기 징역을 선고받았다.
10. 원주 다방 여주인 피살사건
2003년 11월 16일 원주의 한 다방 여주인 이모 씨가 흉기에 찔려 숨진 사건이다.
당시 숨진 이 씨의 목, 가슴, 옆구리 등에서 10여 곳의 자상이 발견되었다.
다방 테이블이 놓여 있던 물컵에 쪽지문이 남아 있었지만 뚜렷하지 않아 용의자를 특정하기 어려웠다.
14년이 지난 후에야 A씨가 다방에 여러 차례 손님으로 오갔지만 좋지 않은 대우를 받자 앙심을 품고 미리 준비한 흉기로 이 씨를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A씨는 범행 다음 날인 11월 17일 충북 청주의 한 모텔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