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할 것이라던 모두의 예상을 깨고, 저격수는 완벽하게 임무를 마친 후 살아서 돌아왔다.
그의 이름은 카를로스 헤스콕(Carlos Hathcock)으로 미국 해병대에서 ‘전설’로 남은 인물이다.
헤스콕은 지난 1964년 발발한 베트남 전쟁에 헌병으로 파견됐다가 나중에 저격수로 차출됐다.
공식 사살 기록인 93명 중 절반 이상이 저격수 사살이며 알려진 활약상만 해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그중 가장 유명한 일화는 포복 전진만으로 월맹군 기지에 침투해 장군을 사살한 것이다.
베트남에 파견됐던 헤스콕은 제대를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베트남 육군 장군 사살 임무에 자원했다.
해당 임무는 ‘자살’이나 마찬가지였는데, 장군의 본부까지 가는 데 그 어떤 지원군의 도움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실패는 곧 죽음을 의미했지만 동료들이 죽는 것을 차마 볼 수 없었던 헤스콕은 홀로 임무에 나섰다.
그는 무려 3박 4일 동안 1.5km를 포복으로 전진해 월맹군 기지 근처까지 침투했다.
정찰병들이 돌아다니는 긴장감이 맴도는 상황 속에서 헤스콕은 침착하고 대담하게 적진 장군을 향해 총을 겨눴다.
그에게 주어진 기회는 딱 한 번이었다. 총알이 빗나가는 순간, 적군에게 사살당할 수 있기 때문.
헤스콕은 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바람의 방향까지 고려한 후 신중하게 방아쇠를 당겼다.
그가 쏜 총알은 600m 정도 떨어진 곳으로부터 단숨에 장군의 가슴 한가운데를 파고들었다.
임무에 성공한 헤스콕은 갑작스러운 공격에 적들이 당황한 틈을 노려 탈출했다.
헤스콕은 이후로도 끊임없이 놀라운 활약을 보여주며 저격수의 역사를 써 나갔다.
미국으로 돌아온 헤스콕은 공을 인정받아 훈장을 받았으며, 해병대 저격학교 교관으로 근무했다.
그리고 지난 1999년, 나라와 동료들을 위해 싸워온 헤스콕은 영화 같은 삶을 마치고 만 56세로 눈을 감았다.
헤스콕이 교관으로 근무할 때 만든 미국 해병대 저격학교 교훈은 지금까지도 많은 군인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원 샷, 원 킬(One Shot, One Kill)”
짧고 굵은 이 교훈은 저격수에 인생을 바친 헤스콕의 삶 그대로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