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워진 바람이 가을이 왔음을 실감하게 한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불리는데, 쌀쌀해진 날씨에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독서를 하기 딱 좋은 계절이다.
재미있는 소설을 읽어도 좋지만 가을의 감성에 어울리는 건 역시 짧지만 강렬한 울림을 주는 ‘시’가 아닐까.
그런데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 ‘초등학생이라 믿기지 않는 천재적인 시인’이라는 제목의 글이 아주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누리꾼들을 깜짝 놀라게 만든 시인은 초등학교 6학년밖에 되지 않은 아이였다.
학교 숙제를 위해 겨우 10분 만에 써 내려간 이 시는 “첫눈이 내린다”라는 구절로 시작한다.
지금부터 아이의 멋진 작품을 함께 감상해보자.
첫눈
첫눈이 내린다.
맨 처음 떨어지는 눈은
태어날 때부터 맨 아래 있던 눈.
맨 아래에 있던 눈은 떨어진 후에도 맨 아래.
눈이 되지 못하고 땅바닥으로 고꾸라져 녹아버린다.
중간에 떨어지는 눈은
태어날 때부터 중간에 있던 눈.
중간에 있던 눈은 떨어진 후에도 중간.
아래의 눈들이 얼려놓은 땅으로 힘들게 쌓인다.
맨 위에 떨어지는 눈은
태어날 때부터 맨 위에 있던 눈.
맨 위에 있던 눈은 떨어진 후에도 맨 위.
아래의 눈들이 빚어놓은 푹신한 땅 위로 상처 없이 떨어진다.
사람들은 모두 맨 위에 있는 눈을 보고 아름답다고 한다.
아무런 힘도 들이지 않고 맨 위에서 태어났을 뿐인데
자기들이 전부인 것 마냥 아름답다며 사치스러운 자태를 뽐낸다.
첫 날에 내린 진짜 첫 눈은
언 바닥에 몸을 내박으며 물의 파편이 되어
지금쯤 하수구로 흘러들어 억울함에 울부짖고 있는 것은 아무도 듣지 않는다.
난 눈이 싫다.
보통 초등학생이라면 ‘첫눈’이 내리는 모습을 보고 눈을 맞으면 친구들과 즐겁게 뛰어노는 모습을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초등학생 ‘시인’의 시선을 다른 친구들과 조금 달랐다.
이 아이는 소복소복 쌓이고 있는 흰 눈들을 보며 ‘계급사회’를 떠올렸다.
“사람들은 모두 맨 위에 있는 눈을 보고 아름답다고 한다.
아무런 힘도 들이지 않고 맨 위에서 태어났을 뿐인데
ADVERTISEMENT 자기들이 전부인 것 마냥 아름답다며 사치스러운 자태를 뽐낸다.”
위의 구절을 살펴보면 처음 내린 눈들은 묵묵히 위에 쌓이는 눈들의 무게를 견디다 결국 흙탕물로 변해 그 아무도 그들의 노력을 알아주지 않는다는 학생의 생각이 담겨있다.
부모들의 재력에 따라 ‘금수저’와 ‘흙수저’로 나누어진 아이들의 노력만으로는 쉽게 성공할 수 없는 요즘의 현실을 아주 정확하게 꼬집은 대목이기도 하다.
어른이 썼다고 해도 깜짝 놀랄만한 필력으로 현대 사회를 풍자한 초등학생의 멋진 시에 누리꾼들은 “정말 제대로 된 사회풍자다”, “웬만한 성인 시인들보다 훨씬 낫다”, “초등학생이 썼다니 믿기지 않는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