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한 해를 마무리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이맘때면 항상 ‘시상식 시즌’이 도래해 많은 이들의 감동을 사기도 하고, 많은 이야깃거리를 낳는다.
다시 봐도 돋보이는 수상소감들을 내놓은 배우 8인을 모아봤다.
#1. 황정민
“솔직히 항상 사람들한테 그래요. (저는) 일개 배우 나부랭이라고. 왜냐하면 60여명 정도되는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이렇게 멋진 밥상을 차려놔요. 그럼 저는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되는 거거든요. 그런데 스포트(라이트)는 저한테 다 받아요. 그게 너무 죄송스러워요.”
“항상 제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저를 설레게 하고, 현장에서 열심히 할 수 있게 해준 전도연씨에게 너무 감사드립니다.”
“도연아, 너랑 같이 연기하게 된 건 나에게 정말 기적 같은 일이었어.”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희 가족들과 사랑하는 동생과 조카와 지금 지방에서 열심히 공연하고 있는 황정민의 ‘운명’인 집사람한테 이 상을 바칩니다.”
‘밥상에 얹은 숟가락 소감’으로도 유명한 황정민의 이 수상소감은 2005년 ‘제26회 청룡영화상’ 시상 중에 했던 말이다.
그는 해당 영화상에서 영화 ‘너는 내 운명’으로 남우주연상을 받게 된다.
황정민이 진심으로 감사해 했던 스태프들의 피와 땀에 시청자들은 감동했고 이는 널리 회자되기도 했다.
또한 상대배우 전도연에 대한 감사, 그리고 아내에게도 마음에서 우러나온 따뜻한 말을 전해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2. 나문희
“이게 조건이 안 갖춰져서 그런지 남 앞에서 말을 잘 못하는데, ‘아이 캔 스피크’란 제목부터 좋았어요.”
“감독님이 자꾸 ‘선생님이 이번에 여우주연상 받을 것’이라고 해서, ‘에이, 무슨 할머니가 여우주연상이야. 어림없는 소리’라고 했는데….”
“아이 캔 스피크 촬영을 하면서 할머니로서 폐를 많이 끼쳤어요…너무나도 스태프들과 감독들이 신경을 많이 써줬습니다”
“(영화 대사 중 영어로 나오는 부분을 영어로 재현하며) 나는 여기에 일본 제국군의 전쟁 범죄에 삶을 빼앗긴 어린 소녀들을 위해 섰습니다.”
“77살 할머니가 상을 탔으니 얼마나 희망이 있어요. 여러분도 열심히 하셔서 80살에도 상 받으세요!”
배우 나문희는 지난달 ‘제1회 더 서울 어워즈’에서 데뷔 후 첫 여우주연상을 영화 ‘아이 캔 스피크’로 수상하게 됐다.
감격에 겨운 모습이 많은 이들을 기쁘게 했고, 또 영화에 나왔던 의미있는 대사를 영어로 재현하며 재치있는 모습을 보여 참석자들의 환호를 듣기도 했다.
#3. 소지섭
“감사합니다.”
소지섭이 ‘2012 SBS 연기대상’ 당시 드라마 ‘유령’으로 최우수연기상을 받으며 남긴 소감이다.
그는 단상에 올라 수상 후 환호가 잦아들 때까지 기다렸다, 정말로 이 한 마디만을 뱉고 내려갔다.
누리꾼들은 당시 ‘소간지는 소감도 간지’, ‘소지섭이기에 가능한 소감이네’ 등의 평이었다.
#4. 곽도원
“말 잘 못합니다. 톱스타도 아니고요. 나홍진 감독, 고맙습니다. 덕분에 상을 받습니다.”
“아이, 참. 영화 처음 할 때, 사람들 다 반대했어요. 저같은 사람 주인공으로 써서 흥행이 되겠냐고. 믿어준 사람이 나홍진 감독이었습니다.”
“제가 20살 처음 연극할 때, 극단 단원이 15명이었는데 형, 누나들이 다 반대했어요. 넌 내성적이라 안된다고. 연습할 때 떨고, 울고 그랬는데 그분들 지금 다 그만두고 저 혼자 하고 있거든요.”
“아까 장애인 친구들 무대한 것 봤습니다. 짠했습니다. 저도 장애가 있거든요. 한 쪽 귀가 안 들려요. 말귀도 못 알아듣고, 지금처럼 말도 더듬죠.”
“얘들아, 포기하지 않고 꿈꾸니까 이루어지더라.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살면 좋을 것 같아. 이렇게 뚱뚱하고 이렇게 생긴 나같은 사람도 주인공 해서 상 받는다. 열심히 해라.”
‘2016 대한민국 톱스타상’에서 영화 ‘곡성’으로 톱스타상을 수상한 배우 곽도원이 남긴 이야기다.
이 자리에서 곽도원은 자신 또한 청각장애를 앓고 있음을 토로하며, 희망을 잃지 마라는 밝은 에너지를 선사했다.
오랜 무명시절을 거쳐 빛을 본 곽도원은 고등학교 졸업 후 극단에서 연기를 시작해 지금까지 숨가쁘게 달려온 수상 소감을 담백하게 털어놔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5. 오만석
“(조상경 디자이너가) 제 전처입니다.”
“식사하면서, 혹시라도 자신이 상을 받게 되면 저보고 수상소감을 해 달라고 했는데 오늘 진짜 안 왔네요.”
“참 많은 스태프들이 고생하고 다같이 합심해 열심히 만든 ‘군도’입니다.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의상을 잘 만들고 열심히 하는 디자이너가 될 것이라고 얘기할 겁니다, 아마.”
전 처를 대신해 나온 ‘쿨한’ 전 남편의 ‘대리’ 수상소감도 있다.
2014년 열린 ‘제51회 대종상영화제’에서 의상상을 받은 조상경 디자이너가 불참해, 전 남편인 영화제 MC 오만석이 대리로 수상소감을 밝혔다.
#6. 김주혁
“영화에서는 상 처음 타 봅니다. 올해로 연기 생활한 지 20년 됐는데, 이런 큰 상을 받게 되어 너무 감사드립니다.”
“악역인데 항상 제가 로맨틱코미디를 많이 해서 이런 역할에 대한 갈증이 있었습니다. 저한테 이런 기회를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 상은 하늘에 계신 부모님이 주신 것 같습니다.”
데뷔 20년만에 첫 영화상을 수상한 김주혁은 지난달 ‘더 서울어워즈’에서 영화 ‘공조’로 받은 남우조연상으로 첫 수상을 했지만 3일만에 사고로 세상을 떠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그의 사망 후 그의 수상소감 또한 다시금 사람들에게 주목받게 됐다.
#7. 문근영
“큰 상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감사하는 마음보다는 죄송하고 무서운 마음이 더 큽니다. 앞으로 연기를 계속 하고 싶은데 이 상이 큰 짐이 될 것 같아서…”
“너무 행복한 시간인데 오늘 밤까지만 기억하고 내일부터는 더 새로운 마음으로 연기하는 배우가 되겠습니다.”
‘바람의 화원’으로 ‘2008 SBS 연기대상’에서 최연소(21세) 대상 수상자로 등극한 배우 문근영은 울음을 터뜨렸다.
문근영은 많은 선배 후보들을 제치고 자신이 수상했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해 울음을 터뜨렸고 겨우겨우 소감을 이어나갔다.
#8. 유아인
“상패 하나에 많은 스토리가 있고 많은 야심이 뭉쳐있고 힘겨루기를 하기도 하지만 우리의 일은 카메라가 돌고 있을 때, 가장 순수하게 유연하게 연기하는 거죠.”
“영악하고 여우같아지고 괴물 같아지는 순간이 많지만 잘 떨쳐내고, 좋은 배우가 뭔지 더 좋은 수준 높은 연기가 뭔지 고민하며 끊임없이 다그치면서 좋은 배우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겠습니다.”
배우 유아인은 SNS에 장문의 글을 평소에도 남기곤 한다. 그런 그의 수상소감은 항상 이슈가 되는데, 심지어 해당 소감은 그가 스스로 “논란이 될 걸 알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서 수많은 이들이 패러디하기도 한 이 솔직하고 도발적인 수상소감은 ‘육룡이 나르샤’로 최우수연기상을 받은 ‘2015 SBS 연기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