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5년 10월 8일, 새벽에 일본인 자객 수십 명이 경복궁으로 난입했다.
일본군과 경찰이 경복궁을 공격하는 틈을 타 자객들이 명성황후의 처소였던 건청궁 옥호루로 잠입해 명성황후를 시해하고 시신을 불태웠다.
‘을미사변’, 이 끔찍했던 사건은 러시아와 청나라 사이에서 우호적인 관계를 다져 눈엣가시가 된 명성황후를 없애기 위한 일본의 계획적 암살이었다.
명성황후가 살해된 뒤 110년의 시간이 흐른 13년 전 오늘(2005년 5월 9일), 일본인 12명이 한국을 방문했다.
자신의 선조들이 저질렀던 만행을 사과하고 싶었다는 이유였다.
시해범 48명 중 구니도모 시게아키의 손자인 가와노 다쓰미씨, 이에이리 가가치의 손자 며느리인 이에이리 게이코씨, ‘명성황후를 생각하는 모임’ 회원 모두 10명이 한국에 들어왔다.
고종황제와 명성황후의 합장묘였던 홍릉과 경복궁 건청궁의 옥호루를 찾아간 가와노 다쓰씨와 이에이리 게이코씨 두 사람은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리며 사죄했다.
그 후에도 이들은 매년 한국으로 방문해 조상들이 행했던 범죄들을 참회했다.
가와노 다쓰미씨의 경우, 지난 2012년 3월에 사망하기 전까지도 기회가 되면 한국으로 찾아가 사죄했다.
일본인 자객의 후손들이 방한할 수 있도록 주도한 ‘명성황후를 생각하는 모임’에서는 해마다 명성황후가 시해된 날인 10월 8일에 다른 나라의 국모를 살해했던 사건을 반성하는 차원에서 제향에 참여하고 있다.
선조들이 행한 잘못을 참회하고, 이를 바로잡으려 노력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에서는 아직도 명성 황후의 시해 사건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사과한 적은 없다.
또한 일본의 후쿠오카에 위치한 쿠시다 신사에서는 명성황후 살해 때 사용한 ‘히젠도’가 아직도 보관되고 있다.
히젠도는 일반인들에게는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모르던 한국인들은 후쿠오카를 찾아갔다가 이 신사를 관광하기까지 하는 어이없는 일도 벌어지기도 한다.
13년 전 오늘, 한국에 방문해 조상의 잘못을 반성한 뒤, 12년동안 꾸준히 사죄의 뜻을 밝혀온 이들의 이야기에 일본 정부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한 나라의 국모를 잔인하게 살해했다면, 이 사실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반성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