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범으로 지목된 남성이 옷을 벗어던지자 일순간 적막이 흘렀다.
10년 간 남자로 살아온 그가 ‘여자’였기 때문이다.
영국 BBC는 10년 간 남성으로 살아온 한 여성이 자신의 진짜 정체를 밝혀야 했던 황당하고 안타까운 사연을 전했다.
탄자니아에 사는 여성 필리 후세인(Pili Hussein)은 어린 시절 6명의 부인을 둔 아버지와 38명의 형제자매가 있는 가정에서 자랐다.
워낙 아이가 많았던 탓에 필리는 세심한 보살핌을 받지 못했고, 집에서 그저 가축을 돌보며 사는 삶이 지루하다고 생각했다.
폭력적인 성향을 가진 남편과 결혼한 후 필리는 지옥 같은 삶을 살아야 했다.
결국 필리는 자신만의 삶을 개척하기 위해 남편에게서 도망쳤고 살기 위해 일을 찾았다.
그런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킬리만자로의 산기슭에 있는 한 광산이었다.
하지만 필리의 발목을 붙잡은 것은 바로 ‘성별’이었다.
여성은 광산에서 일할 수 없었다.
고민 끝에 필리는 남자로 위장해 광산에 취업했다.
거친 말투를 쓰고, 가슴을 숨기고, 험상궂은 표정으로 누구보다 강인한 척을 했다.
그렇게 광산에 완벽하게 적응한 필리는 ‘후세인 삼촌’이라 불리며 광산을 장악했다.
시간이 흐르고 필리는 굵직한 보석들을 발견하며 성공한 광부로 자리잡았다.
이렇게 ‘남성’으로 가장하고 승승장구하던 그에게 위기가 찾아온 것은 느닷없이 성폭행 가해자로 지목받으면서였다.
마을 소녀의 성폭행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그는 자신의 무죄를 증명해야 했다.
고심 끝에 필리는 자신이 여자라는 사실을 고백했다.
하지만 여기서 또 다시 문제가 생겼다.
누구도 필리가 여자라는 사실을 믿지 않았던 것이다.
함께 일하던 광부들은 “그가 여자일 리 없다”고 거세게 반발했다.
결국 필리는 경찰서에서 신체검사를 받기에 이르렀고, 다행히 신체검사로 여자임을 증명해 무죄로 풀려났다.
이후 필리는 여성으로의 삶을 되찾기로 결심했다.
그는 사랑하는 남성을 만나 남편으로 맞고, 아이도 낳았다.
필리는 “남성인 척 위장하고 사는 게 힘들긴 했지만 그 고난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다”며 “여성임을 숨기고 살아야 했던 나와는 달리 내 딸은 여성으로서 당당히 교육을 받고 일자리를 찾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현재 필리는 70여 명의 직원이 있는 광산 회사의 CEO로서 성공적인 삶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