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지진으로 일주일 연기되었던 2018학년도 수능이 막을 내렸다.
오직 이날을 위해 쉼 없이 달려온 수험생들은 떨리는 가슴으로 고사장에 들어섰고, 그 모습을 뒤에서 묵묵히 지켜보는 부모님의 마음도 함께 떨렸다.
수능이 끝나고 수험생들이 자유를 맛보는 가운데, 과거 수능을 망치고 집으로 돌아온 ‘삼수생’ 딸에게 엄마가 보낸 문자 메시지 한 통이 주목받고 있다.
문자의 주인공인 딸은 세 번째 수능을 치렀다. 친구들은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 캠퍼스의 낭만을 누리고 있었지만 그렇지 못했다.
켜켜이 쌓여가는 수험서와 더이상 잉크가 나오지 않아 버려진 볼펜 한 무더기를 볼 때면 엄마는 늘 가슴 한쪽이 아팠다.
그런데 마지막이라 생각했던 세 번째 수능날, 환하게 웃을 줄 알았던 딸이 축 처진 어깨를 하고 집으로 들어왔다.
엄마는 누구보다 마음고생이 심했을 딸 생각에 눈물부터 앞섰다.
딸은 아직 세상 밖으로 나가보지도 못한 채 대학의 문턱 앞에서 성공보단 실패와 좌절감을 먼저 느껴야 했다.
엄마는 그런 딸의 처지가 안쓰럽고 가여웠다.
잠시후 문 밖으로 새어 나오는 딸의 울음소리에 엄마도 함께 울었다.
몇 번이고 방문을 열어 딸의 등을 토닥여주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혹시나 자신의 격려가 딸에게 더 큰 부담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밤새 흐느껴 우는 딸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함께 날을 지새운 엄마는 다음날 휴대폰을 들어 장문의 메시지를 써내려 갔다.
“딸아, 엄마는 그리고 아빠는 네가 명문대에 가지 않아도 좋다. 아니 대학을 가지 않아도 좋다. 네가 행복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엄마, 아빠는 앞으로도 너의 의견과 결정을 존중해줄 생각이야”
재수와 삼수를 거쳐 2년간 모든 걸 포기하고 공부에만 매진했던 딸이 이제는 모든 부담을 내려놓고 행복하길 엄마는 간절히 바랐다.
혹시나 이를 인생의 실패로 여길까 싶어 엄마는 “너는 인생의 낙오자가 아니다. 그저 남들이 해보지 못한 경험을 하며 남들보다 조금 늦게 시작할 뿐이야”라고 진심을 전했다.
엄마와 아빠는 딸이 대학가면 주려고 모아둔 등록금도 여행비로 내놓았다.
공부가 세상의 전부가 아니고, 세상은 넓고 볼 것도 먹을 것도 느낄 것도 많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 딸에게 먼저 여행을 권했다.
그러면서 엄마는 “오늘은 언제쯤 집에 올거니? 웃으며 문 앞에서 딸을 맞이하고 싶구나. 누구보다 너를 사랑하는 엄마가”라는 말을 남겼다.
무엇보다 딸의 행복이 가장 중요했던 엄마의 절절한 고백은 지금까지도 각종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회자되며 많은 이들이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