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 80세 이병준(가명) 씨는 현재 죽음과 경찰 중 누가 먼저 올지 모르는 삶을 살고 있다.
폐지인 줄 알고 주웠던 박스 안에 있었던 ‘감자 5개’를 훔쳤다는 이유로 절도죄를 선고받고 벌금 50만원을 내지 않아 지명수배 중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6개월 전에는 식도암까지 선고받았다.
몸무게가 10kg가량 줄면서 제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든 상황이다.
붙잡히게 되면 노역을 가야하지만 몸 상태로 인해 도망칠 수도 없는 상황인 것.
이 씨는 “경찰이 와서 잡아가도 별 수 없죠”라는 입장이다.
상황은 이렇다.
지난 2018년 10월 주택가에 버려진 종이박스를 리어카에 실었다.
그 박스 안에 감자가 있었다는 사실은 몇 시간 뒤 경찰이 찾아오고 난 후 알았다.
법원은 약식 명령으로 벌금 50만 원을 선고했다.
이 씨는 “박스 줍는 사람이니 박스만 생각하고 주워 온 것이지 감자를 훔쳤다고 생각은 하지 못했다”라고 항변했다.
억울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고의로 감자를 훔친 절도범으로 봤다.
두 달가량 그가 전 아파트 재활용 수거함에서 주웠던 빈 병 때문에 생겼던 벌금형 전과도 불리하게 작용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17년 이병준 씨는 거리에 있던 천막을 고물상에 팔아 3,000원을 받았다가 법의 심판을 받았던 바 있다.
2심에서 무죄가 선고를 받았으나 검찰은 상고했고, 결국 이 씨의 절도 혐의는 대법원까지 가서 무죄를 끝났다.
그런데 이 씨는 전과보다 벌금 80만 원(100만 원 중 20만 원 납부)이 더 두려운 상황이다.
10년 전 연락이 끊긴 부인과 자녀들의 소득이 있다는 이유로 그는 기초생활보장 수급 대상도 아니다.
매달 받는 기초노령연금 30만 원으로는 병원비 조차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이다.
가끔씩 오는 “‘현재 지명수배 중이며 전국 어디서나 불시에 검거될 수 있습니다”라는 검찰청 문자만이 그의 안부를 묻는 유일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