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무사히 끝이 나면서 출제위원들 또한 역대 수능 역사상 최장기간인 41일의 ‘감금생활’도 끝났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올해 수능을 준비하는 과정에 출제·검토위원 400명과 함께 관리인력에 330명가량이 동원됐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소속의 한 관계자는 “출제위원은 물론이고 보안요원, 지원인력, 의료진과 문답지 인쇄 담당자들까지 전부 관리인력에 해당되기 때문에 외부와 철저히 단절돼 생활 중이다”고 귀띔했다.
출제위원들은 수능 한 달여 전인 10월 14일, 지방 모처에서 출제를 위한 합숙을 시작했다.
수능 출제위원이 머무는 중이라는 것을 숨기기 위해 ‘공사 중’이라는 출입 금지 표지판을 붙이기도 한다.
출제 기간 중인 합숙 시엔 일체 외출을 금하게 되는데, 이메일이나 휴대전화 등 통신장비 또한 모두 규제의 대상이다.
인터넷 검색 역시도 보안요원의 감독 아래 문제와 관련된 내용만 검색해 볼 수 있다.
숙소 주변은 펜스로 둘러쳐지며, 방 창문도 고정식 방충망을 통해 외부로 연락하는 행위를 철저히 막는다.
음식물 쓰레기 역시도 예외가 아니다. 보안요원의 철저한 점검 이후에 배출이 된다.
이처럼 철통같은 보안 속에서 출제위원들은 문제 제작과 반복적인 토론 후 수능 시험지에 들어갈 문제의 출제를 확정짓는다.
교과서를 비롯해 수많은 시중의 입시 관련 서적이나 참고서 등 수만 권에 이르는 책을 뒤져내 이미 해당 문제와 유사한 문제가 없는지 점검하기도 한다.
이러한 합숙이 끝나고 그들이 귀가하는 버스에는 한편으로는 홀가분하면서도, 혹시나 있을 문제의 오류에 대한 걱정으로 ‘무거운 공기’가 흐르기도 한다.
2014·2015·2017학년도 수능에서 연속적으로 출제 오류가 불거지며 올해에는 급기야 문제 검토를 전문으로 하는 ‘검토지원단’도 포함됐다.
창의적이면서도 변별력이 있는 문제를 내야 하는 중압감, 토론 과정에서 삭제되는 자신의 문제를 보며 드는 자괴감, 출제 문제의 오류로 인해 수험생들이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두려움 등은 상상하기조차 힘든 스트레스라며 출제위원들은 호소한다.
게다가 포항 지진으로 올해는 수능이 일주일 연기되면서 출제위원들의 이른바 ‘감금생활’도 일주일이 길어지게 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1993년 수능 도입 이래 출제위원들의 합숙 기간은 보통 한 달을 조금 넘는 기간”이라며 “이번 출제 기간이 최장기간 합숙이다”고 말했다.
출제위원의 출제 수당은 하루 30만원으로 합숙 동안 1천만원 이상을 버는 셈이지만, 상술한 극도의 스트레스로 출제위원 섭외를 거절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알려져 있다.
한편 출제위원들은 장애학생 등 특별관리 수험생들이 마지막 응시영역 시험을 시작하면 40여일 간의 출제 기간이 끝나고 귀가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