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아내는 결국 남편의 죽기 전 소원을 이뤄 줄 수 밖에 없었다.
지난달 20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자신의 ‘얼굴’과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난 남편과 그의 아내의 사연을 전했다.
미국 미네소타주 윈덤에 살고 있는 릴리언 로스(Lillion Ross, 20)에게 비극은 작년 6월 찾아왔다.
우울증을 앓고 있던 남편 루디(Rudy Ross, 22)가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한 것이다.
당시 릴리언은 임신 8개월차였고, 한 차례 유산의 아픔 뒤에 찾아온 아이를 잃고 싶지 않았던 그녀는 충격과 슬픔 속에서도 평정심을 찾으려 노력했다.
남편을 잃은 슬픔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릴리언은 중대한 결정을 마주해야만 했다.
남편은 전신 기증 신청자였고, 그가 ‘얼굴’기증 대상자로 지정됐기 때문.
처음 이 소식을 들었을 때 그녀는 얼굴 기증에 대해 회의적으로 생각했다.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의 얼굴을 낯선 이에서 보게 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틀 간 고민 한 끝에 릴리언은 남편의 얼굴 기증에 동의하기로 결정했다.
뱃속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 레너드에게 루디가 자랑스러운 아버지였다고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릴리언의 결정 덕분에 와이오닝 주에 거주하는 앤디 샌니스(Andy Sandness, 32)는 루디의 얼굴을 이식받을 수 있게 됐다.
그는 10년 전 권총 자살을 시도했다 실패한 이후로 안면의 대부분이 망가져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앤디는 다시 삶의 의지를 불태웠고, 미네소타에 위치한 병원에 방문해 성형치료를 받던 중이었다.
혈액형, 피부색, 바이러스 여부 등 여러 가지의 까다로운 검사를 진행한 결과 앤디는 루디의 얼굴을 기증받을 최적의 수혜자로 판정된 것이었다.
지난해 6월 11일 수술은 잘 마무리됐고 6개월 뒤 앤디는 완벽히 회복됐다. 그는 릴리안과 레너드를 만나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