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로 전 세계를 떠들석하게 했던 대한항공의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
당시 조 부사장에게 폭력과 폭언을 당하고 심지어는 보직에서 해임까지 된 박창진 전 사무장은 요즘 어떻게 살고 있을까.
지난 11일 한 매체에서 진행한 박창진씨 인터뷰에서는 여전히 대한항공에서 승무원으로 재직중인 그의 사연을 전달했다.
앞서 2014년 12월 5일 미국 뉴욕 JFK 국제공항에서 이륙을 위해 이동 중이던 ‘대한항공 086편’에는 대한항공 사장 일가인 조 전 부사장이 올랐다.
오너 일가가 탄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승무원 증 가장 VIP 대응에 능숙했던 박씨가 해당 비행기에 올라타게 됐다.
박씨는 “그 사건이 일어났던 비행기에 원래 다른 사무장이 타기로 돼 있었지만 모 중소기업 회장이 회사에 전화해
‘이런 사무장 처음봤다. 너무너무 일을 잘 한다’고 하는 바람에 내가 타게 됐다”고 말했다.
비행기 이륙을 준비할 때까지만 해도 무슨 일이 닥쳐올지 그는 알지 못했다.
이날 승무원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견과류를 봉지째 조 전 부사장에게 전했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은 매뉴얼과 다르다며 “왜 까서 주지 않고 봉지째 주냐”고 박 전 사무장에게 시비를 걸었다.
책임자인 박 사무장이은 매뉴얼대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조 전 부사장은 폭행과 욕설을 가했고 결국 항공기를 되돌려 박 사무장에게 내리라고 지시했다.
이 사건으로 조 전 부사장은 직위 해제됐으며, 재판(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까지 받았다.
박 전 사무장은 이로 인해 보복성 인사로 대한항공을 떠나게 돼 법원에서 지치는 싸움을 이어가게 됐다.
사건 이후 박씨는 곧바로 국토교통부와 회사에서 조사를 받았다.
당시 대한항공은 박씨에게 ‘절대 피해가지 않게 하겠다’며 여러가지 서류에 사인하도록 했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은 “사무장이 잘 몰라서 지적했다”는 내용의 입장을 발표한다.
철석같이 믿었던 회사에게 한순간에 배신당하는 순간이었다.
논란 이후 박씨에게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다. 집으로 기자들이 찾아와 진을 쳤지만 회사는 박씨를 보호하지 않았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노이로제에 걸리고 몸에 이상한 혹도 났다는 박씨는 인터넷을 떠도는 근거없는 찌라시 때문에 불면증까지 더해졌다.
병원에서 박씨는 외상후 스트레스, 신경쇠약, 공황장애 등을 진단 받고 지속적인 치료를 받는 중이었다.
박씨는 “어느날 자살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베란다 문을 열고 서 있었다. 뛰어내리고 싶었는데 차마 엄두를 못내고 한참을 서 있는걸 큰누님이 발견하시고 말렸다”며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이어 “말기암 선고를 받으셨던 큰 누님이 ‘나도 삶의 의지를 놓지 않고 있는데 창창한 네가 네 잘못도 아닌 일로 왜 그러냐’고 우셨다.
그때 울면서 결심했다. 죽을 결심까지 한 거 죽을 각오로 가보자고”라고 말하기도 했다.
435일간의 휴직을 마치고 박씨는 작년 4월 대한항공에 복귀했다.
대중은 그를 ‘영웅’이라 했지만 사내의 시선은 차디찼다.
오너 일가의 불편한 진실을 드러낸 그는 원래 ‘라인팀장’이었던 보직에서도 해임, 일반 승무원으로 임명됐다.
그는 주로 연차 낮은 승무원들이 하는 좌석, 화장실 청소와 승객 대응을 하며 하루하루를 버텨나갔다.
박씨는 여러 차례 회사에 부당함을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법정 다툼으로 가게 됐다.
아울러 조 전 부사장과 대한항공을 상대로 위자료 등 3억원의 손해배상 청구도 한 상태로, 두 재판은 현재진행형이다.
박씨는 “예전엔 억울한 마음이 컸지만 지금은 사명감 같은 게 생겼다.
이번엔 이기든 지든 상관없다. 이를 계기로 승무원들의 발언권이 더 높아졌으면 좋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 번도 대한항공을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다. 한 개인의 잘못과 재벌의 족벌경영체제를 지적했을 뿐이다.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니 변화를 요구하는 것 아니겠냐”며 결심을 말했다.
한편 ‘땅콩회항’ 갑질 사태 이후 부사장 자리에서 물러나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고 알려졌던 조현아 전 부사장.
조 씨의 보육원 봉사활동 기사가 터지며 관심을 받기도 했다.
기사가 나온 다음날 실제로 해당 보육원 게시판에 ‘조현아선생님 활동사진’이라는 제목으로 조씨가 아이들과 놀아주는 사진이 게재되기도 했다.
이러한 조씨의 행보에 대해 당시 박 사무장은 자신의 SNS 계정에서
“나를 1~2년차 직원들이 하는 업무로 내몰고 끊임없이 모욕감에 노출시켜 스스로 그만두게 하려는 갖은 노력은 하면서 봉사활동이라니 놀라울 따름”이라고 평했다.
또 그는 “세상은 쉽게 변하지 않지만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봉사활동이 무슨 의미인지는 알고 했으면 바랄 뿐”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조씨는 지난 13일 아버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함께 평창동계올림픽 성화봉송 지원 주자로 모습을 드러내 세간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