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에는 구슬픈 소 울음소리가 들리면 한 사람이 불구덩이에서 목숨을 잃었다.
잔인하고 무자비한 이른바 ‘살인 기계’가 탄생한 이후부터였다.
수많은 사람들을 잔혹하게 살해한 이 고문기계의 정체는 다름아닌 ‘황소’였다.
황소 고문 기계의 역사는 기원전 6세기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된다.
반란으로 왕위를 꿰찬 왕 팔라리스는 매일 그가 가진 권력을 빼앗길까 전전긍긍했다.
또다른 세력이 그처럼 반란을 일으킬까 두려워했다.
불안에 떨던 그는 손재주가 뛰어난 기술자 페릴라우스라는 남성에게 형벌 기구를 만들 것을 명했다.
이에 페릴라우스는 자신만의 형벌 기구를 만들었다.
그 형벌기구는 다름아닌 ‘놋쇠 황소’였다. 이름 그대로 놋쇠로 만든 황소 동상이었다.
기록에 따르면 이 황소 동상은 그 안이 텅 비어있고 입 부분에 구멍이 뚫려있었다.
팔라리스는 텅빈 공간에 사람을 집어 넣고 밑에서 불을 피워 익히는 방식으로 고문했다.
불에 달궈진 놋쇠 동상은 열기가 내부 전체로 골고루 퍼졌고, 약 10분 안에 사람의 내장까지 완전히 익힐 수 있었다.
황소의 입 부분에 뚫려있는 구멍으로 고문을 당하는 사람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 소리가 마치 황소의 울음소리 같았다고 기록은 전하고 있다.
팔라리스 왕은 놋쇠 황소에 아주 만족하며 곧바로 첫 희생자를 지목했다.
그 희생자는 놋쇠 황소를 고안한 페릴라우스였다.
페릴라우스에 이어 팔라리스는 놋쇠 황소로 수많은 사람을 죽였다. 반역자는 물론이고 무고한 시민까지 닥치는 대로 죽이기 시작했다.
심지어 연회장에서 이 기구를 이용해 무고한 시민을 죽이고 이를 감상하기도 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황소 울음소리와 함께 목숨을 잃었다.
무자비한 폭정을 일삼았던 팔라리스 왕은 결국 그가 두려워하던 것처럼 권력을 빼앗겼다.
그리고 그 역시 놋쇠 황소에서 고문을 당하다 세상을 떠났다.
이후 놋쇠 황소는 바다에 버려졌고 이 살인 기계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듯 했다.
그러나 이후 놋쇠 황소의 원리를 활용한 수많은 기구들이 제작됐다.
우리에게 아름다운 선율을 전달하는 금관악기 ‘나팔’은 그 중 하나다.
황금 동상 안에서 소리는 금속 재질을 울리며 밖으로 퍼져 나간다. 나팔은 그 원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인류 최악의 고문 기계가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어내는 악기가 됐다. 우리에게는 아름다울지언정, 당대 그리스인들에게는 이 역시 구슬픈 울음소리로 들리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