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갑질 논란’이 그가 부사장으로 있던 한진그룹 계열사인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진에어 직원들은 익명이 보장되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 ‘진에어 갑질 불법 비리 제보방’을 만들어 갑질 의혹과 경영상 문제점 등을 올리고 있다.
현재 600명이 넘는 직원들이 이 공간에서 진에어의 부당하고 비합리적인 처우 등 사례를 쏟아내고 있다.
특히 진에어 승무원의 유니폼인 청바지에 관한 불만 사항이 눈에 띈다.
직원들은 진에어가 유니폼을 청바지로 고집하는 것은 조현민 전 부사장 ‘갑질’의 결과라고 밝혔다.
2008년 1월 설립된 진에어는 국내 항공사 가운데 유일하게 객실 승무원 유니폼을 청바지로 하고 있다.
진에어 유니폼은 2013년 한 차례 변경됐는데 당시 조현민 전 부사장이 디자인 총괄을 담당했다.
당시 조현민 전 부사장이 임직원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청바지 유니폼’을 강제하며 독단적인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오는 7월 취항 10주년을 앞두고 새 유니폼으로 교체를 추진했는데, 이번에도 ‘스키니진’ 청바지를 선정했다.
이를 두고 진에어 승무원들은 “그간 직원들이 건강과 업무 효율성 문제로 불편하다고 호소했음에도 회사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진에어 승무원들은 “몸에 꽉 달라붙는 청바지를 입고 오랜 시간 비행을 하다 보니 방광염이나 질염, 땀띠 등으로 고생하는 승무원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스키니진은 승객들도 비행기 탈 때 피하는 옷차림이다. 객실 내 기압 차로 인한 신체적 압박 및 혈액순환 등에 어려움이 있어 여러 질병에 시달린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 때문에 쓰러졌던 승무원도 있었다”고 밝히며 “당시 의료진이 ‘이런 옷을 입고 비행기에서 일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밑위가 짧은 바지를 입고 앉았다 일어났다 하는 것도 불편하다”고 호소했다.
한 승무원은 “비행기 비상 착수 시 승무원이 물에 빠질 경우 구명조끼를 착용해도 물을 흡수한 청바지 때문에 몸이 무거워 비상 탈출을 정상적으로 수행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간 계속해서 불만을 주장해왔음에도 불구하고 “회사 유니폼 태스크포스(TF)팀은 이런 의견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며 “‘조 전 부사장이 청바지는 바꿀 수 없다’고 고집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승무원들의 불만과 문제 제기가 잇따르자 진에어 측은 “5월 4일부터 객실 승무원 신규 유니폼 피팅을 일시 중지한다”는 안내문을 올리며 수습에 나섰다.
유니폼 태스크포스팀은 “유니폼과 관련해 직원 여러분이 느끼는 어려운 점에 대해 더 고민하고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제작에 들어가기 전 시간을 갖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편 진에어 측은 동아닷컴과의 인터뷰를 통해 “회사의 아이덴티티가 청바지다. 진에어의 ‘진’이 청바지를 의미하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조현민 전 전무가 부임한 2010년보다 전인 2008년 설립 당시부터 청바지 유니폼을 입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