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이나 사고로 고통 속에 삶을 마감하는 것은 아마 모든 이들이 원치 않는 죽음일 것이다.
최근 고통 없이 생을 마감할 수 있는 기계가 세상에 공개돼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프랑스 언론매체 AFP는 안락사 운동가인 호주의 필립 니스케(Philip Nitschke, 70) 박사가 네덜란드 디자이너 알렉산더 바니크(Alexander Bannick)와 협업해 안락사 기계 ‘사르코(Sarco)’를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사르코’는 석관이라는 뜻의 ‘사르코퍼거스(sarcophagus)’에서 따온 단어로, 현재 암스테르담에서 열리고 있는 ‘장례식 엑스포’에 전시되고 있다.
이 안락사 기계는 사용자가 버튼을 누르면 그 안에 질소가 가득 차 산소 농도가 5% 아래로 떨어지게 되고, 약간의 어지러움을 느끼다 무의식 상태로 들어가 1분 안에 고통 없이 죽게 되는 원리로 작동한다.
사르코를 발명한 니스케 박사는 캡슐 설계에 브레인스토밍이 적용됐고 3D 프린터를 이용해 제작했다고 밝혔다.
니스케 박사의 홈페이지에서 기계 설계도를 누구나 다운받을 수 있도록 공개해 어디서나 조립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그는 “온라인 테스트를 통해 정신이 건강하다는 판정이 나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계에 들어가 합법적으로 삶을 끝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안락사 기계를 두고 일부는 자살을 부추긴다고 비판하고 있다.
미국 프로라이프 그룹은 “니스케 박사는 자살을 마치 정상적인 것처럼 미화하고 있다”며 사르코 개발에 반대하고 있다.
니스케 박사는 이에 대해 “이는 철로에 뛰어드는 대신 버튼을 누르게 하는 것”이라며 “죽음을 선택하는 것은 심하게 아픈 사람들의 의학적 특권이 아니라 인간의 기본적 권리”라고 주장했다.
이어 “자신의 생명을 소중한 선물로 받았다면 자신이 선물을 버릴 시간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니스케 박사는 이번 암스테르담 장례식 엑스포에서 VR 체험 부스를 마련해 방문자들이 사르코에 누웠을 때 어떻게 되는지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엑스포에 방문한 수 천명이 이 ‘자살 기계’를 둘러보고 체험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한편 지난해 호주 빅토리아주 의회는 안락사 합법화 법안을 통과시켰고, 해당 법은 2019년 6월 발효될 예정이다.
현재로서는 네덜란드나 스위스처럼 안락사가 합법화된 나라에서 사르코가 가장 먼저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치료가 어려운 환자가 아니더라도 죽음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이 안락사 기계를 두고 논란은 계속되고 있지만 니스케 박사는 연말까지 완벽하게 작동 가능한 사르코를 시현할 계획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