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쇼트트랙 선수들이 보여준 평창 동계올림픽에서의 ‘기적의 질주’ 전, 김동성의 2002년 세계선수권 대회 ‘분노의 질주’가 존재했다.
강원도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지난 10일에 진행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3000m 준결승전.
한국 대표팀은 심석희와 최민정, 김예진, 이유빈 등 세계 최정상급 선수를 출전시키며 순조로운 결승행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경기 초반 이유빈이 균형을 잃고 넘어져 다른 선수들에 반바퀴 가량 뒤지게 됐고, 결승전 진출이 불투명해 보이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은 전혀 위축되지 않고 ‘기적의 레이스’를 펼치며 점점 따라잡더니 결승행 티켓을 따낸 것은 물론, 올림픽 신기록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 선수들이 벌인 ‘기적의 레이스’는 대한민국을 넘어 전세계에 알려졌고, 이와 함께 재조명되는 영상 한 편이 있다.
바로 과거 한국 남자 쇼트트랙 ‘에이스’ 김동성이 보여준 2002년 몬트리올 세계 쇼트트랙 선수권 대회에서의 ‘분노의 질주’다.
이 경기에 앞서 치러진 2002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1,500m 결승에서 김동성은 미국의 쇼트트랙 국가대표 안톤 오노의 ‘헐리웃 액션’에 금메달을 뺏겨 억울하게 밀려나고 만다.
악에 받쳐 이후 열린 몬트리올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다른 선수들과의 몸 부딪힘을 없애는 작전을 구사하기로 한다.
김동성은 경기 시작 직후 일부러 뒤로 쳐진 뒤 앞 선수들이 인코스를 공략하기 전 그 틈으로 빠르게 치고 달렸다.
다른 선수들은 다들 당황하면서 김동성의 질주를 그저 손놓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보통 초반 레이스에 가속을 붙일 경우 체력이 떨어져 후반으로 갈수록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김동성은 초반 속도를 그대로 유지하며 뒤쳐진 선수들을 앞질렀고 무려 한 바퀴 반 이상 앞서나갔다.
당시 해설하던 캐스터와 해설위원도 이미 경기 초반 금메달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이미 결정됐다고 말했다.
한편 1996년 하얼빈 아시안게임 남자 쇼트트랙 5,000m 계주 금메달을 따면서 국제사회에 이름을 알린 김동성은, 이후 2002년까지 국가대표 선수로 활약했다.
그가 선수생활 동안 목에 건 메달은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등을 포함해 무려 39개라는 숫자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