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서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6살 여자아이가 승합차에 치여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해 추모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21일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아파트 단지 내에 걸린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내용의 현수막 사진이 게시됐다.
현수막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간 내 애기… 얼마나 아팠을까…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라고 적혀있었다.
또한 “내 동생… 니가 정말 보고싶어. 너무 사랑해. 오빠가.라고 적힌 현수막의 사진도 함께 올라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아파트 단지의 한 나무 아래에는 아이를 위해 과자와 꽃, 그림 등이 수북이 쌓여 있어 눈시울을 붉히게 만든다.
지난 10월 아파트 단지 내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갑자기 돌진해오는 차에 모녀는 피할 겨를도 없이 쓰러지게 되었다.
이들은 다음 날 소풍을 가는 딸을 위해 아이들과 함께 장을 보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119 구급대원이었던 엄마는 꼬리뼈가 골절되는 중상에도 불구하고 아이에게 달려가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안타깝게도 딸은 숨지고 말았다.
하루 아침에 딸을 잃은 부모는 지난 14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게시판에 가해자의 만행을 호소하고 도로교통법의 허점을 지적하는 청원 글을 올렸다.
피해 아동의 부모는 “가해자는 사고 며칠 뒤 비행기를 타고 가족여행을 갔다”며 “처벌을 받겠다던 가해자는 잘못된 법을 악용하여 죗값을 받지 않으려 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또한 “더 이상은 우리 아이와 같은 피해자가 존재하지 않도록 서명운동을 하고 있으니 힘을 보태주시길 간절히 부탁합니다”라고 호소했다.
차에 치여 사망했음에도 현행 도로교통법으로는 가해자를 처벌 할 수 없다.
도로교통법상 아파트 단지 내 도로·공원 등은 사유지라는 이유로 ’12대 중과실’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장소와 상관없이 약자인 어린 아이들은 보호받아야 하지만 아파트 단지 내 차로·공원·주차장 등은 현행 도로교통법상 도로로 인정되지 않아 여전히 안전 사각지대로 남아있다.
피해 아동 부모는 “아이들이 안전해야 할 아파트임에도 사유지 횡단보도라는 이유로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한다면 다시 똑같은 사건은 발생할 수 있다”며
“아파트 단지 내 횡단보도 역시 도로교통법 12대 중과실로 적용되어 가해자에게 엄중한 처벌이 내려지기를 바랍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