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신상정보를 모두 알고 있는 ‘연쇄 문자남’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공분을 사고 있다.
서울대에 재학중인 이미연(가명, 21)씨는 지난 2일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미연?” 이라는 뜬금없는 문자를 받았다.
누구냐는 이씨의 질문에 상대방은 “혹시 서울대생이냐. 난 16학번이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러고는 갑자기 전화를 걸어 “우리 서로 아는 사이 같다. 심심해서 전화했다”고 말하며 대화를 시도했다.
이씨가 전화를 끊자 “왜 무시하냐”며 따지기 시작했다. 이씨가 계속 답장을 하지 않자, 며칠 뒤 그는 “저기”하며 다시 문자를 보내왔다.
서울대생에게 무작위로 문자를 보내고 전화를 걸고는 서울대생을 사칭하는 정체불명의 남성으로 인해 지난 30일부터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만 40여 명에 이른다.
그는, 소속 학과를 불문하고 여학생의 이름을 문자로 보내 접근하고는, 통화를 거부당하면 “내가 누군지 알고 막 대하냐”, “학과에서 인기 많냐, 같이 늙어가는 처지 아니냐”는 등의 막말을 보낸다.
피해 학생들의 주장에 따르면, 그는 14학번 학생에게는 본인이 14학번이라고 소개하고, 16학번 학생에게는 16학번이라는 등 피해 학생들의 개인 신상정보를 정확히 알고 있다고 해서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현재 이 남성은 지난 4월, 한 시사 프로그램에서 소개되었던 ‘연쇄 쪽지남’과 비슷한 행태를 보여, 동일 인물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연쇄 쪽지남’은 서울, 대구 등 전국의 여성들에게 “마음에 든다. 010-XXXX-XXXX”고 자신의 연락처가 쓰여진 쪽지를 남기는 수법으로 접근했다. 그 중 일부는 스토킹까지 해 피해자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
실제 쪽지에 적힌 이 남성의 연락처를 포털 사이트에 검색하면 본인을 연세대 18학번으로 소개했다거나 새벽에 문자를 보내왔다는 등의 피해를 호소하는 글이 수백 개가 올라와 있다.
피해자들은 성희롱적인 발언이나 협박이 있지는 않더라도 낯선 남성이 본인의 신상 정보를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불쾌하다는 입장이다.
또다른 피해자 김모(23)씨는 “피해자 대부분은 그 사람이 나를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를 몰라서 적극적인 대응을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또, 김씨는 경찰의 미적지근한 대응에 대해서도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 11일, 피해 사례를 모아 서울 관악 경찰서를 찾은 김씨는 경찰로부터 “장난전화는 경범죄라 벌금이 10만원에 불과하다. 학생들이 괜히 에너지만 소비하는 것”이라는 말을 듣게 됐다.
이에 경찰 관계자는 “불안감을 조성한 혐의로 정보통신망법 위반을 적용할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그가 불안감을 조성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범인은 벌금 10만 원만 내면 그만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그 과정에서 경찰서를 오가는 등 고생이 클 것 같아 그렇게 조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