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차익을 노리고 홍콩에서 사들인 금괴를 일본까지 운반하는 아르바이트가 젊은층 사이에서 성행하고 있다.
항공료와 호텔 숙박료 등을 제공 받고 공짜 일본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유혹에 빠지면 자칫 범죄자로 전락할 수 있다.
경찰과 관세청 등에 따르면 일본 금 시세가 급등한 2015년 이후 금괴 운반 아르바이트가 성행하기 시작했다.
2014년 일본의 소비세가 5%에서 8%로 인상되면서 현지 금 시세가 오르자 세금 혜택이 많은 홍콩에서 금괴를 산 뒤 일본에서 되팔아 시세차익을 노리는 금 중계무역상도 증가했다.
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홍콩에서 산 금괴를 일본에서 팔면 통상 10%(1㎏ 금괴 1개당 차익 500만원)의 시세차익을 남길 수 있다고 알려졌다.
홍콩발 금괴 밀수가 급증하자 일본 정부는 홍콩 직항 입국 승객을 대상으로 단속을 강화했다.
이에 금 중계무역상들은 한국인 아르바이트생들을 고용했다.
홍콩에서 한국을 거쳐 일본으로 가면 금괴 출발지를 세탁할 수 있기 때문에 비교적 일본 세관 당국의 감시망이 느슨해진다.
아르바이트생들은 금 중계무역상이 홍콩에서 사들인 금괴를 세관 단속이 미치지 않는 국내 공항 환승 구역에서 넘겨받아 일본 후쿠오카 등지로 운반해준다.
아르바이트생들은 1㎏짜리 금괴 2∼3개를 나눠 갖고 일본으로 입국한 뒤 밀수업자에게 전달하고 일당을 받는다.
아르바이트생 모집 사이트에서는 ‘물건 대행 전달’이라며 일본행 항공료와 호텔 숙박비뿐 아니라 여행 경비로 80만∼100만원을 지급한다며 젊은층을 유인했다.
일본 세관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연인이나 가족 여행객들을 아르바이트생으로 뽑기도 한다.
그러나 일본 세관에 신고하지 않고 금괴를 몰래 갖고 들어갔다가 적발되면 현지에서 벌금형 등 처벌을 받는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부산지검이 불법 금괴 중계무역 행위에 대해 처음으로 관세법을 적용해 A(53)씨 등 금괴 밀수조직원 10명을 기소했다.
이들은 2015년 7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홍콩에서 매입한 2조원 어치 금괴 4만여 개를 국내 공항 환승 구역으로 반입한 뒤 한국인 여행객 등을 고용해 일본으로 반출한 혐의를 받았다.
이들이 불법 금괴 중계무역을 통해 거둔 시세차익은 400억원대에 달했고, 2016년에 금괴 운반에 동원된 한국인 여행객만 추정해도 5천명이 넘는다.
금괴 운반 아르바이트가 기승을 부리면서 의뢰인이나 밀수업자를 속이고 인천공항 환승 구역에서 금괴를 가로채 달아나는 사건도 발생했다.
지난해 11월에는 30대 남성이 일본까지 운반 의뢰를 받은 금괴 8개(시가 4억원 상당)를 빼돌리려고 했으나 자신이 직접 모집한 아르바이트생들이 먼저 금괴 6개를 훔쳐가는 바람에 범행에 실패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국내 공항 환승 구역은 관세법상 외국으로 간주해 세금도 물리지 않는다”며 “환승 구역을 통해 벌어지는 금 해외 밀수는 그동안 관세법의 한계로 처벌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어 “최근 검찰이 관세법상 밀반송 규정을 적용해 관련자들을 기소한 만큼 해당 사건 재판 결과를 지켜본 뒤 향후 유사 사건에 같은 법규를 적용할지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