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일본 도호쿠 지방에서 리히터 규모 9.0의 대지진이 발생했다.
‘동일본 대지진’은 일본 관측 사상 최대 규모이자 1900년 이후 세계에서 4번째로 강력한 지진으로 남았다.
지진으로 사망자 및 실종자만 2만여 명, 피난민은 33만 명을 넘었다.
피해 규모는 상상을 초월했다.
특히 대규모 쓰나미로 전원 공급이 중단되면서 후쿠시마현에 있던 원전의 가동이 중지됐고, 방사능이 누출됐다.
21세기 최악의 원전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사태를 수습하느라 급급해 피해 규모를 축소해 발표했고, 방사능 누출과 피폭의 위험성을 의도적으로 왜곡했다.
언론 역시 “이제는 후쿠시마산 해산물을 먹어도 괜찮아요! 우리 모두 함께 도웁시다!” 라며 정부편을 들었다.
그 어떤 누구도 방사능의 위험성과 원전 사고의 문제점을 고발하지 않았고, 사건은 묻히는 듯 보였다.
하지만 유일하게 TV 아사히 소속 PD였던 이와지 마사키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그 위험성, 일본 정부의 대책 등을 추적했다.
그는 자신이 제작하던 프로그램 ‘보도 스테이션’을 통해 후쿠시마현에 거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갑상선 암 발병률이 급증하고 있다고 고발했다.
이 보도에 일본 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고, 파장 역시 상당했다.
이후 이와지의 노력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후쿠시마현 타무라시의 한 민가에서 방사능 폐기물이 무단으로 매설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와지는 즉각 특집 프로그램을 기획해 현지 촬영 및 주민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후쿠시마 현지 경찰들이 이와지를 이유 없이 막아섰고, 무력 충돌까지 벌어져 프로그램 방영이 지연됐다.
그러던 중 지난 2014년 8월 30일, 이와지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일본 경찰은 이와지의 죽음을 자살로 마무리했다.
“방 밖에서 문 사이 빈틈을 모두 테이프로 막은 뒤, 방 안에서 연탄에 불을 붙여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했다”는 것이 경찰 측의 공식 발표였다.
그렇게 어떤 수사도 없이 사건은 일사천리로 매듭지어졌다.
하지만 일본 사회에서 의문이 제기됐다.
경찰 측의 공식 발표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테이프는 방 밖에 붙어져 있는데 시신은 방 안에서 발견됐다면 밀실 살인이란 말인가.
또 연탄에 불을 붙였다고 밝혔지만 이와지의 방 안에서는 성냥이나 라이터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와지의 사건은 자살로 종결됐고, 언론들은 그의 죽음을 보도하지 않았다.
한 기자의 목숨을 건 보도에도 후쿠시마 방사능 노출 이슈는 사회에 조금씩 묻어졌다.
그리고 일본 정부는 지난 9일 후쿠시마산 수산물을 다시 수출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