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알바이 지역에는 현실에서 사랑을 이루지 못한 한 남녀의 간절한 사랑 이야기가 전설이 되어 내려오고 있다.
지난 18일(현지 시간) 필리핀 매체 ‘ABS-CBN’은 활화산에서 뿜어져 나온 증기로 된 구름 사진을 공개하며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전했다.
해당 사진에는 필리핀 알바이 지역의 마욘 화산(Mayon Volcano)에 나타난 구름이 담겨있다.
넓게 퍼진 흰 구름 가운데 유난히 검은 먹구름은 마치 두 남녀가 포옹하고 있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애틋한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따스하게 서로를 감싼 모습은 누가 봐도 이견이 없을 정도로 사랑하는 연인의 모습이다.
이 경이로운 광경을 목격한 사진작가 키리아코 산티아고(Ciriaco Santiago)는 카메라를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정말 믿을 수 없었다. 두 눈을 의심했지만 너무나 선명했다”고 말했다.
어떻게 보면 ‘신기하다’ 정도로 넘어갈 수 있었을 이 장면에 키리아코가 이토록 놀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필리핀 알바이 지역에 예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한 남녀의 사랑 이야기 속에 그 이유가 담겨 있다.
과거 알바이 지역에는 원주민 족장의 딸이자 마을에서도 소문난 미인인 마가욘(Magayon)이 살고 있었다.
내로라하는 마을 청년들의 청혼도 모두 거절했던 그녀에게는 일편단심 사랑하는 남자 판가로논(Pangaronon)이 있었다.
하지만 판가로논은 가난한 집안 출신이었고 마가욘의 아버지는 그런 그를 탐탁지 않게 여기며 둘의 결혼을 반대했다.
아버지의 반대에도 마가욘은 판가로논과의 사랑을 키우고 결국 두 사람은 도망을 결심한다.
그러나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두 사람의 계획은 들통나 버리고 도망을 가던 중 무사들이 쏜 화살에 판가로논이 맞고 생을 달리하고 만다.
사랑하는 판가로논의 죽음을 눈앞에서 보게 된 마가욘도 얼마 도망가지 못한 채 숲에서 그대로 쓰러져 죽고 만다.
이에 마을 사람들은 마가욘과 판가로논이 현실에서 못 다한 사랑을 다음 생에서 이룰 수 있기를 기원하며 두 사람을 함께 땅에 묻어줬다고 한다.
이 같은 두 사람의 이야기는 ‘마욘 화산의 전설’이 되어 현대에까지 전해지며 여러 삽화 속에도 종종 등장하게 되었다.
그런데 최근 포착된 화산 구름의 모습이 전설을 그린 삽화와 매우 흡사해 모두가 놀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한편, 해당 사진을 본 필리핀 현지인들은 “두 남녀가 잠시나마 구름으로 환생했다”며 감탄했다.
어쩌면 하늘도 마가욘과 판가로논의 안타까운 사랑에 감명을 받고 구름으로 환생 시켜준 것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