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마트에서 귤 한 봉지를 훔치려 했던 80대 참전용사의 속사정이 알려지며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23일 경기고양경찰서에 따르면 절도 범죄로 즉결심판이 청구된 80대 참전용사 A씨가 지난 21일 열린 경미범죄심사위원회에 넘겨졌다.
A씨는 6.25 한국전쟁 참전 유공자로 별다른 수입 없이 보증금 4천만원에 월세 15만원씩 월세를 내며 부인(84세)과 생활해 왔다.
최근에는 아내마저 심장질환으로 건강이 급격하게 악화됐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A씨는 마트를 지나다 아픈 부인이 떠올랐고 순간적으로 절도 행각을 저질렀다.
귤 20개가 든 봉지를 몰래 가져가려 한 A씨는 현장에서 바로 적발되며 즉결심판이 청구됐다.
A씨는 “집에 있는 부인에게 귤을 갖다 주고 싶었지만, 돈이 없어 훔치게 됐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미범죄심사위원회는 A씨의 사연을 고려해 훈방처리하기로 결정했다.
경미범죄심사는 고령자, 장애인, 생활보호 대상자 등 사회적 약자에게 획일적 처벌보다는 범행 동기, 피해 정도, 상습성, 피해 회복 등을 고려해 무분별한 전과자 양산을 방지하고 반성과 기회를 제공하고 구제하는 제도이다.
이에 A씨를 비롯한 경미범죄심사에 회부된 9명이 훈방 조치됐다.
경찰 관계자는 “획일적인 처벌로 사회적 약자가 전과자로 낙인 찍히지 않도록 시민들에게 공감 받는 법 집행을 구현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