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리노이주 사우스배링턴에서 마취과 의사로 일하는 찰리 딩(42)은 코로나19 중증 환자들에게 기도삽관을 하면서도 “결코 감염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동료 의사, 간호사들이 줄줄이 걸렸지만 그는 괜찮았다. 딩은 “조심했고, 또 면역력이 좋다”고 한다.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미국의 3억3000여만 인구 중 누적 확진자는 9230여만 명. 3분의 2는 딩처럼 걸린 적이 없는 걸까.
유전학자와 면역학자들도 코로나19 감염 예방 요인과 중증 야기 요인을 알아내려 연구 중인 가운데,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 답이 ‘사실은 걸렸는데 몰랐던 것일 수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미네소타 의대 수전 클라인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사실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걸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미국의학협회저널에 작년 12월 발표된 메타분석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 중 약 40%가 무증상이라고 한다.
코로나19가 팬데믹으로 선언된 지 2년차를 맞던 올해 2월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인구의 약 58%가 이미 감염된 것으로 추정했다고 전했다.
이후 전염력 높은 오미크론 하위변이 출현으로 몇 주간 하루 10만 명 안팎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이제 ‘안 걸린 사람’이 더 특별해진 요즘이다. WSJ 인터뷰에 응한 요가 강사 케이트 발론, 바 지배인 제롬 모리스 등 이 ‘특별한’ 사람들은 개인 빨대와 식기를 갖고 다니는 등 코로나에 걸리지 않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소개했다. 이들은 아플 때마다 검진을 받았고, 음성이 나왔기 때문에 ‘걸린 적 없다’고 자신한다고 한다.
그러나 예일대 의대 병리학자 셸던 캠벨 박사는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들의 약 90%가 혈액에서 검출될 수 있는 항체를 만든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감염자 10명 중 1명 정도는 걸려도 항체가 안 만들어져 검사로도 이전 면역을 확인할 수 없다는 의미라고 한다.
특히 현재 사용되는 검진 도구는 대부분 이전 감염으로 생성된 항체와 백신 유도 항체를 구별하지 못한다. 구별할 수 있는 검진도구도 있지만 널리 사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감염됐는데도 증상이 없는 채로 퍼트릴 수 있는 ‘슈퍼전파자’의 존재 역시 익히 알려진 사실이며 아울러 면역학자들은 한 종류의 병원체에 노출되면 코로나19(SARS-CoV-2)를 포함한 다른 종류의 병원체에 대한 면역 반응도 촉발할 수 있는지를 연구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이달 사이언스면역학저널에 발표된 한 연구는 몇몇 사람들이 팬데믹 시작 전 내장과 피부에 T세포를 보유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는데, 이것이 코로나19와의 싸움을 도왔다는 분석이 제기됐다고 한다.
또한 미네소타 의대 스티브 제임슨 교수는 “팬데믹 이전에 특정 코로나바이러스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은 코로나19가 퍼지기 전에 공격하는 세포를 갖추고 있다는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도 사스와 메르스 혹은 여타의 다른 형태로 오랜 기간 존재하고 진화해왔다고 한다.
그럼 어떤 이유로든 ‘코로나 한 번도 안 걸린(혹은 그렇다고 믿는) 사람들’은 정말 괜찮은 걸까.
제임슨 교수는 “감염 여부를 모르는 사람들은 항체가 약해지고 새로운 변이가 나타나면서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그는 “백신을 맞거나 심지어 코로나에 걸렸다가도 다시 걸리는 사람도 많다“며 “그것(백신, 이전 감염 혹은 무감염이라고 믿는 무증상 등)이 당신을 불멸로 만드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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