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미경 조각가의 작품이 다시금 화제가 되고 있다.
신미경 작가는 서울과 런던을 오가며 활동하는 조각가로, ‘2013 올해의 작가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다시 화제가 된 작품들은 그녀가 2013년 과천현대미술관에서 전시했던 “비누 조각상”이다.
그녀는 비누라는 재료를 이용해 다양한 작품을 조각한다.
주로 소재가 되는 것은 특정 권위와 문화를 상징하고 있는 것들이다.

구체적으로 고전 서양 조각이나 불상, 도자기 등이 있다.
그녀는 특정 종교와 문화에서 신성시되는 소재들을 전혀 다른 맥락의 공간에 등장시킨다.
더불어 전통 재료들이 보여주는 견고함과는 상반되게 연약한 비누를 이용해 대상을 모방한다.

그녀는 이러한 작업에 ‘번역(translation)’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번역은 실제 유물을 비누로 새롭게 제작하는 행위이기도 하고, 단순한 복제가 아닌 재해석의 여지를 남겨두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로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나의 번역은 상이한 종교, 역사, 문화적인 문맥속에 존재하는 감상자들에 의해 재해석 될 것이다”고 정리하며, 작품이 단순한 복제가 아님을 암시했다.

특히나 이번에 화제가 된 것은 작가가 진행했던 ‘화장실 프로젝트’다.
비누로 만든 조각상과 불상을 공공 화장실에 놓아두는 것으로, 무심코 들어선 사람들이 비누의 자태에 놀라며 화제를 모았다.

세면대 옆에는 손을 씻을 때 사용하라는 안내문이 붙어있으며, 실제로 사람들은 작가의 작품을 이용해 손을 닦았다.

흥미로운 점은 사람들이 물 묻은 손으로 비누 불상을 만질 때마다, 불상이 마치 세월의 흔적을 겪으며 마모된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일정 시간이 지나 자연스럽게 작품이 마모되면 작가는 이를 수거한 뒤에 갤러리에 다시 전시를 하기도 한다.

비누는 특정 사물에 부여됐던 시공간에서 벗어난 대상이고, 다른 문맥에 복제 되었을 때 유발하는 간극의 문제를 담는 그릇이다.
또한 존재하지만 닳아 없어지는 한시성을 통해 문화사적 경계를 건드리는 조형 재료기도 한다.

이렇듯 비누를 이용해 오래된 것의 권위와 가치를 유쾌하게 전복시키는 신미경 작가의 작품 ‘번역’ 시리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