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노선영(29)이 하늘에 있는 동생 고 노진규를 대신해 빙상 위를 달렸다.
노선영은 12일 강릉스피드스케이팅 오벌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500m에서 1분 58초 75의 기록을 냈다.
비록 메달권 안에는 들지 못했지만 혼신의 힘을 다해 달린 그의 레이싱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울리기 충분했다.
노선영에게 이번은 네 번째 올림픽 무대였지만 많이 긴장한 듯 보였다.
차례를 기다리며 호흡을 가다듬던 노선영은 총성이 올리기 전에 움직이는 실수를 범하기도 했다.
하지만 레이스가 시작되고 노선영은 온 힘을 다해 달렸고 레이스를 마치고는 모든 것을 쏟아낸 듯 가쁜 숨을 몰아 쉬었다.
과천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스케이트를 탄 노선영은 서현고 1학년 때인 2005년에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리고 이듬해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하며 주목을 받았다.
노선영의 3살 터울 동생인 노진규는 9살 때부터 누나를 따라 스케이트를 시작했고 그녀를 보며 꿈을 키웠다 .
그는 뛰어난 체력과 스피드로 과천중학교 시절 주니어 상비군에 발탁됐다.
2011년 두 선수는 롱트랙과 쇼트트랙에서 나란히 국내 최 정상의 자리에 오르게 됐다.
노선영은 아스타나-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에서 2관왕을 획득했고, 노진규는 영국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노선영-노진규 남매는 당시 인터뷰에서 “우리는 살가운 남매는 아니지만, 서로 의지하며 힘든 훈련을 이겨내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남매는 2013년 나란히 2014 소치동계올림픽 출전권을 따내는 쾌거를 이뤘다.
하지만 노진규는 훈련 도중 팔꿈치가 부러지는 부상으로 소치 올림픽 출전이 좌절됐다.
그는 팔꿈치 수술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어깨에 뼈암의 일종인 골육종이 자라고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안고도 노선영은 소치 올림픽 출전을 위해 훈련에 매진했다.
하지만 소치 올림픽 여자 3,000m에서 25위를 기록하는 등 기대 만큼의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귀국했다.
안타깝게도 노진규는 병마와 싸우다 24세의 젊은 나이로 2016년 4월 세상을 떠났다.
동생의 사망 후 은퇴를 고려했던 노선영은 다시금 스케이트를 동여맸다.
동생이 그토록 바랐던 2018 평창올림픽에 출전해 마지막 질주를 하겠다는 일념이었다.
그는 지난 10월 대표팀 자격을 얻은 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힘든 시기에 부모님이 용기를 주셨다”고 말하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려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그러나 올림픽 출전을 위해 순탄치 않은 길을 걸어야 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의 행정착오로 인해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월드컵 1~4차 대회에서 개인 종목 출전권을 획득하지 못한 것이다.
이 후, 올림픽 출전이 무산되는 듯 했지만 예비 엔트리로 평창올림픽 출전권을 다시 획득할 수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평창행 티켓을 받은 노선영은 다시 일어섰다.
감정을 추스를 시간적 여유도 없이 평창올림픽 빙상경기가 열리는 강릉에 입성했고 동생이 꿈꾸던 무대에서 온 힘을 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