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고한 국민의 인권을 짓밟았던 군사정권 시절.
당시 ‘간첩 조작사건’에서 군사 정권의 ‘시녀’가 되어 조아렸던 판사의 집과, 억울하게 고문을 당하고 길게는 수십년 간 옥살이를 해야 했던 피해자의 집이 공개돼 누리꾼들의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
지난 27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옛 치안본부 대공수사처에서 자행된 불법 고문 수사의 피해자들과 가해자들의 삶을 추적해 비교하는 내용이 등장했다.
해당 방송에서는 과거 무고한 피해자들에게 직접 고문을 가했던 수사관들 뿐 아니라 이들과 함께 일체가 되어 일사천리 유죄 판결을 내렸던 검사와 판사들도 등장했다.
당시 검사와 판사들은, 피해자들이 불법 고문으로 인해 거짓 자백을 했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방치하며 무기징역 등의 중형을 계속해서 선고해댔다.
이들 대부분은 처벌을 받기는 커녕, 피해자들이 벌겋게 눈뜨고 있는데도 정치권에도 진출하는 등 갖가지 요직을 거치며 현재에도 권력의 중심에 서 있다.
그중 제작진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주목하게 됐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명박 및 박근혜 정권 간 대법원장으로 부임했다.
그는 과거 강희철 간첩 조작사건, 김동휘 사건, 이원이 사건, 조득훈 사건, 오재선 사건 등 여러 간첩 조작사건의 재판을 맡아 조작된 증거에 그저 신속하게 ‘유죄 자판기’마냥 판결을 내놓았다.
특히 1986년 강희철 사건의 경우, 양승태 당시 부장판사는 무고한 시민이었던 강희철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기도 하는 등, 증거가 수상하다는 점에 대해 일말의 노력조차 보이지 않았다.
강씨는 결국 13년이나 옥살이를 하고 나서 지난 2008년에야 재심의 소를 통해 무죄선고를 받게 된다.
이같은 전적으로,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해 ‘반헌법 행위 집중검토 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제작진은 그런 양 전 대법원장을 만나기 위해 직접 그가 사는 자택으로 찾아가게 된다.
방송을 통해 공개된 양 전 대법원장의 집은 한눈에 봐도 부촌인 마을 한가운데 자리해 있었다.
으리으리한 서양풍 외관의 3층짜리 고급 개인 주택으로 보이는 그의 집.
이에 반면, 그 직후 카메라에 잡힌 독재정권 당시 고문 피해자의 집은 제작진이 몸을 굽혀 들어가야 할 정도로 좁고 작았다.
햇볕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응달에 자리해 집은 너무나도 열악한 환경한 집은 내부도 열악했다.
거실이나 부엌의 구분은커녕 방 한 칸이 전부인 집이었다.
이 집에 사는 간첩 조작사건 피해자 김장호 할아버지는 과거 간첩 혐의로 50일간 고문을 당하고 16년간 감옥 생활을 하게 됐다.
김 할아버지는 현재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살고 있다고 한다.
적나라하게 비교되는 두 집의 간극에, 누리꾼들은 방송 직후 해당 캡처를 올리며 “이게 대한민국의 정의인가”라며 분노를 금치 못하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양 전 대법원장이 재임 중이던 지난 2013년 대법원은 “재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피해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6개월 안에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양 전 대법원장은 2011년 취임 당시 “재판은 한 번으로 결론 내는 게 원칙”이라며 “패소한 측이 상소를 거듭해 인적, 물적인 낭비가 막대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6개월 이내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로 간첩 조작사건 피해자들은 손해배상을 제대로 받지 못했으며, 심지어 이미 받은 배상금을 이자까지 쳐서 돌려줘야 하는 일도 생겼다.
이날 방송에 출연한 진도가족간첩단 조작사건의 피해자 허현 할아버지는 실제로 “배상금을 받았다가 다시 반환하라고 해서 논밭을 팔아서 갚았다”고 전했다.
허현 할아버지는 지난 1981년 어느 날 갑자기 끌려가기 전까지는 가족과 김 양식을 하던 평범한 어부였다.
허 할아버지의 가족은 68일 동안 속옷까지 벗겨진 알몸 차림으로 전기고문, 물고문, 손톱 고문, 생식기 고문 등을 받고 거짓 자백을 강요당했다.
이로 인한 후유증에 아직도 시달리는 그는 이후 25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상태여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