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당시 화재 진압 과정에서 부실 대응이 있었는지를 수사하기 위해 충북소방종합상황실, 제천소방서 등 소방당국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이날 소방서에서 압수수색을 당한 소방관들은 침통한 표정속에서 이를 지켜봤다.
15일 오전 충북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수사관 24명을 동원, 충북소방본부, 소방종합상황실, 제천소방서 등 총 3곳에 대한 압수 수색을 진행했다.
소방 당국에 대한 압수수색은 1992년 4월 소방본부가 설치된 이후 처음으로, 사망자 발생에 대한 책임 추궁에 소방 당국은 적잖이 당황하는 기색이었다.
압수수색 현장에 나온 수사관들은 오전부터 압수수색 대상 건물을 걸어잠근 채 제천화재 관련 서류와 하드디스크 복사본 등 각종 자료를 확보하는데 주력했다.
충북소방본부 관계자는 “인명 피해를 초래한 죄인들이 무슨 할 얘기가 있겠냐”며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제천 화재 진압 현장에 있었던 제천소방서 직원들은 이와 같은 처음 겪는 압수수색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사관들은 제천소방서에 도착해 서장실, 소방행정과, 대응구조과, 예방안전과 등 내부 곳곳에서 압수수색을 했다.
한 제천소방서 관계자는 “현장에서 목숨을 걸고 화재를 진압했던 직원들이 상당히 당혹스러워하고 있다”며 내부의 분위기가 매우 좋지 않다는 것을 전달했다.
이어 “제천 참사 이후 화재 현장으로 출동할 때마다 불안해하고 긴장하는 대원들의 모습이 역력하다. 불면증에 시달리고, 자괴감이 든다며 그만둬야겠다고 말하는 직원들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경찰 측은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인 데다 유족들이 의혹을 제기하고 있어, 신뢰와 공정성 확보 차원에서 압수수색을 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소방서로부터 자료 제출을 받으면 되지 굳이 현장에 찾아가 압수수색까지 했어야 하냐’며 과잉 대응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경찰은 이번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를 통해 소방당국이 초기 대응하는 과정에서 미흡하게 대처한 부분은 없는지 집중 조사할 예정이다.
아울러 이번 주 내로 제천소방서장 등 현장 지휘관들을 불러 제대로 책무를 수행했는지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지난 8일, 유가족대책위원회는 제천 참사 화재의 원인과 초기 대응과정을 밝혀달라는 내용의 수사 촉구서를 경찰에 제출한 상태다.
유가족들은 2층 진입이 지연된 이유, 무선 불통 이유 등 소방관들의 초기 대응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들여다 봐야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소방합동조사단 역시 화재 진압 및 인명구조 지시에 있어 현장 지휘관들이 적절한 상황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소방청은 책임을 추궁해 이상민 제천소방서장, 김종희 제천소방서 지휘조사팀장 등에 대한 인사 관련 징계조치를 내렸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