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은 한 남성의 사연이 다시금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2016년 1월 23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살인범의 걸음걸이’편은 대구 금호강 살인 사건을 재조명한 것으로 ‘레전드’ 방송이라 꼽히며 주목을 받았었다.
당시 방송에서는 친구를 죽였다는 누명을 받고 억울하게 감옥에 갇혀있다는 한 사형수의 편지가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에 전해지며 이야기가 시작됐다.
제일 친한 친구였던 박우성(가명)과 故 윤용필은 중학교 동창으로 만나 15년간 우정을 키워왔다.
윤용필은 6년 전 어머니를 여의고, 시각 장애를 가진 아버지마저 치매를 앓았다.
의지할 곳이 없던 그는 함께 힘든 시간을 보냈던 박우성과 가족 같은 사이가 됐다.
그러던 어느 날 윤용필이 사라졌고, 한동안 연락이 되지 않던 그가 걱정된 박우성은 수소문을 하다 실종 신고를 했다.
그리고 지난 2015년 4월 23일, 윤용필은 대구 금호강 근처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그의 사인은 ‘다발성 두부손상’으로, 머리뼈가 부서질만큼 단단한 둔기에 의해 머리를 17차례 이상 무자비하게 가격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윤용필은 겨우 스물 아홉의 젊은 나이로 숨을 거뒀다.
사건 현장에는 범행도구나 가해자의 DNA 등 아무런 흔적도 없었지만, 피해자의 동선을 찾은 결과 CCTV를 확보할 수 있었다.
윤용필이 실종되던 4월 5일, 범인으로 추정되는 한 남자가 윤용필과 사건 현장 부근을 함께 걸어가는 모습이 찍혔고, 윤용필이 실종된 후 의문의 남성이 그 장소에 다시 나타났다.
때문에 경찰은 살해 용의자를 이 남자로 추정했지만, CCTV로는 용의자의 얼굴을 알아볼 수 없었다.
윤용필은 평소 ‘천사’라 불릴 정도로 인품이 좋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었고, 이 때문에 지인들은 강도를 당한 것 같다고 추측했다.
하지만 경찰은 윤용필과 아주 가까운 사이일 것이라 짐작했고, 사건 당일 알리바이가 확실하게 확인된 친구들을 상대로 조심스럽게 CCTV를 보여줬다.
친구들은 영상을 보자마자 그 남성을 ‘박우성’이라고 바로 지목해냈다.
경찰은 박우성을 체포했고, 그날 밤 자신이 윤용필을 죽였다고 자백했다.
이후 현장 검증까지 마치며, 박우성은 그 해 11월 법정에서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그런데, 박우성의 가족은 ‘그알’ 제작진에 연락을 해 재판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으며 경찰의 끼워 맞추기식 수사와 반 협박식 태도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수감된 그 역시 무죄를 주장하며, 자신의 신상을 공개해도 좋으니 진실을 밝혀달라고 호소했다.
사건 발생 몇개월 전 둘은 사망할 경우, 보험금 수익을 상대방이 받기로 약속하고 보험을 계약했다.
박우성 측은 이것이 모든 오해의 시발점이었다며 억울해했다.
이를 부탁한 건 윤용필이었고, 그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 그가 서로 수익자를 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또한 그들은 박우성의 휴대전화 내역을 살펴 보면, 거창에만 있었고 사건이 발생한 대구에 있었다는 증거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의 알리바이에는 범행 당일 새벽 2시부터 아침 9시까지 7시간의 공백이 있다.
거창과 대구는 1시간 거리로 범행이 가능하며, 이 시간 거창과 대구를 오간 8천여대의 차량을 수사한 결과 택시 1대가 대구에 왔다 거창으로 간 것을 확인했다.
택시 기사는 목이 아파 말을 못한다며 ‘메모’를 남긴 손님의 묘한 태도 때문에 그를 기억하고 있었다.
손님은 거창에서 대구까지 말 한 마디 없이 이동했으며, CCTV를 확인한 경찰은 기사의 증언이 사실이라는 것을 입증할 수 있었다.
하지만 택시기사는 남자의 체형과 상황만 기억할 뿐 얼굴은 떠올리지 못했다.
그렇다면 어떤 단서가 박우성을 범인으로 지목하게 된 것일까?
그 단서는 바로 ‘걸음걸이’에 있었다.
CCTV를 본 친구들은 영상 속 걸음걸이를 보고 ‘박우성’을 지목했다.
그들은 경찰이 무엇을 보여주는지 전혀 알지 못했고, 영상을 보자마자 “왼쪽은 윤용필, 오른쪽은 박우성이 걷고 있다”고 확신했다.
그들은 평소 박우성의 걸음걸이가 매우 특이했다며 그 특징들을 설명했다.
이에 윤용필 살인사건 재판정에는 사건 당일 CCTV 영상과 박우성의 평소 걸음걸이를 비교 분석한 ‘법보행 분석’이라는 특별한 증거가 제출됐다.
분석관들은 내반슬(O다리), 팔자걸음, 좌측 원회전 보행의 3가지 특징이 동시에 나타나며 이런 걸음걸이는 정말 특이하다고 분석했다.
또한 윤용필이 “박우성이 내 보험을 넣어줬다”고 자랑한 일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의문점 하나가 드러났다.
이 보험은 상해로 사망했을 경우 4억원이라는 거액이 나오는 보험으로, 박우성은 사망급여를 위해 거의 자신의 급여 30%에 달하는 금액을 지불해야 했다.
범행 불과 몇 개월 전 보험을 들었고, 박우성은 자신의 보험료를 내지 않아 계약이 취소됐지만 친구의 보험료는 대신 내주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박우성은 2번이나 범행 일체를 자백했었다.
전문가들은 박우성의 자필 진술서를 분석한 결과, 그가 그린 약도와 진술이 굉장히 구체적이고 정확하며, 범인이 아니라면 알 수 없는 내용들을 많이 짚어낸 사실에 비춰 허위 자백이라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그는 어떠한 증거가 있는지 알지 못한 상태에서 스스로 많은 정황 자백을 했다.
그럼에도 그가 태도를 바꾼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경찰이 말하던 증거가 DNA나 흉기 같은 직접 증거가 아닌, 법보행 분석이라는 생소한 증거라는 것을 알게 된 후, 무죄 주장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라 전했다.
박우성은 1심과 2심 재판에서 모두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고, 검찰에 따르면 박우성은 한 여성에게 수 차례에 걸쳐 6,300만원을 빌렸다가 빚 독촉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2심 재판부는 “CCTV 분석 및 친구 진술 등을 종합할 때 피고인 범행이 명확히 입증된 것으로 보인다. 원심의 유죄 판단은 의심의 여지가 없이 적절하다. 보험금을 노려 친구를 살해한 피고인에게 엄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사진 출처=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