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 스케이팅 매스스타트 이승훈의 금메달 뒤에는 17살 정재원이 있었다.
이승훈은 24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남자 매스스타트 결승에서 1위(60점)을 차지해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처음 채택된 매스스타트는 선수들이 정해진 레인 없이 트랙을 16바퀴 돈 후 포인트를 합산해 순위를 정한다.
4, 8, 12바퀴째를 가장 먼저 통과한 선수 3명에게 각 5, 3, 1점을 주고, 마지막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한 선수 3명에게 각각 60, 40, 20점을 준다.
준결승전에서 정재원은 후미에서 달리다 8바퀴째에 중간 포인트 5점을 따냈고, 후반에는 체력을 비축해 6위로 결승에 합류했다.
결승에서 정재원은 선배 이승훈과 함께 레이스를 펼쳤다.
그러나 첫 올림픽에 나선 정재원은 이 경기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이승훈이 경기 막판에 극적인 역전 레이스를 펼치면서 7분 43초 97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차지한 것이다.
하지만 그가 금메달을 딴 것은 정재원이 특급 조력자 역할을 잘 해냈기 때문에 가능했다.
정재원은 중후반부까지 선두 그룹을 견제하기 위해 후미 그룹을 이끌며 앞 선수들과의 간격을 유지했다.
후미그룹의 선두에서 바람의 저항을 온 몸으로 맞으며 레이스를 이끄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 덕에 이승훈을 비롯한 후미 그룹 선수들은 선두 그룹과의 간격을 지나치게 벌리지 않은 채 체력을 비축할 수 있었다.
선두 그룹의 선수들은 이내 지쳤고 3바퀴를 남기고 이승훈은 스퍼트를 시작했다.
나머지 선수들도 일제히 달렸지만 이승훈의 스퍼트가 압도적이었고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반면, 이승훈이 앞으로 나올 준비를 마치자 체력이 고갈된 정재원은 뒤로 처지기 시작했고 결국 8위로 결승선을 지났다.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완벽하게 해낸 정재원의 조력과 이승훈의 막판 스퍼트가 만들어낸 금메달이었다.
금메달을 거머쥔 이승훈은 가장 먼저 정재원을 찾아 뜨거운 포옹을 나눴고 함께 금메달 획득의 기쁨을 나누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정재원은 “제 역할을 다한 것 같아서 홀가분하게 올림픽을 끝낼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희생이라는 단어보다 팀플레이였다”며 “팀추월 종목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이 종목에서 제가 팀에 도움을 줄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아직 고등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올림픽에서 큰 활약을 펼친 정재원에게 많은 이들이 열렬한 응원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