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치러진 ‘2018년 미스 페루 미인 선발대회’는 예년의 모습과는 다소 달랐다.
대회 참가자들은 여전히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비키니 심사를 거쳤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발언 기회에서 자신의 신체 사이즈를 언급하기 보다는 조금 다른 수치를 밝혔다.
“안녕하세요. 저는 리마 대표 카밀라 카니초바(Camila Canicoba)입니다. 제 수치는 2,202입니다. 이 숫자는 지난 9년동안 이 나라에서 여성 혐오범죄로 사망한 여성들의 숫자입니다.”
그들은 자신의 외적인 매력을 뽐내기보다는 페루에서 발생하는 여성 대상 범죄 피해 수치를 한 마디씩 남겼다.
참가자들은 전통적인 멘트를 거부한 채 심사위원들과 관중을 향해 현실을 직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이런 선택을 하게 된 것일까?
국제 인권감시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Human Rights Watch)’의 보고서에선 지난 2009년에서 2015년 8월 사이에 페루에서 700명이 넘는 여성들이 혐오범죄 때문에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UN이 발표한 조사에서는 전 세계 여성 가운데 60% 이상의 여성들이 살면서 최소 한 차례의 폭력을 경험했다고 간주했다.
한편, 지난해 수천 명의 여성들은 페루의 수도인 리마에 모여 여성 대상 폭력에 대해 관심을 촉구하는 행사에 참여했다.
행사를 주도한 사람은 전(前) 페루 미인 선발대회 우승자 제시카 뉴턴(Jessica Newton)이었다.
그는 이 문제가 공개적으로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나는 자신의 지역을 대표하는 여성들이나 지역의 여왕들이 가감 없는 숫자를 공개하며 이 나라에 어떤 일이 발생하고 있는지 말할 수 있다면, 사회적으로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여성에 대한 폭력은 페루에서 떠오른 가장 큰 사회 문제 중 하나다.
150여 명의 참가자 가운데 5명은 실제 여성 대상 폭력의 피해자이기도 했다.
이에 참가자들은 자신의 신체 지수를 밝히며 우승자를 가리는 결승 라운드에서 결승 진출자 23명은 모두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 수치를 언급하며 대중에게 관심을 가져 줄 것을 호소했다.
“제 이름은 주안나 아세베도(Juana Acevedo)입니다. 제 수치는 이 나라의 70%가 넘는 여성들은 길에서 성희롱을 당한 적이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카녜테(Cañete) 대표 알멘드라 마로쿠인(Almendra Marroquín)입니다. 제 수치는 10대들 가운데 25%가 넘는 여자아이들이 학교에서 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후 참가자들의 모습 뒤로 여성 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의 영상이 방영됐다.
한편 미인대회 결승을 중계한 방송사의 콘텐츠 및 전략 매니저 루시아나 올리바레스(Luciana Olivares)씨는 이에 대해 인터뷰를 했다.
그는 “주최 측은 참가자들이 심각한 사회 문제에 대해서 대중이 인식하도록 원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따라서 최적의 장소로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결승전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또한 참가자들과 함께 이번 미인대회를 이러한 사실을 알리고 인식 변화를 호소하기 위한 무대로 사용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23일의 최종 결승진출자들은 페루에서 11월 25일 열리는 시위에 선두에 설 것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