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초·중·고등학교 학생들 사이에서 롱패딩은 없어서 못 살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유명 브랜드의 경우 백화점 재고가 다 떨어진 것은 물론이고 예약이 마감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특히 인근 여고 학생들 사이에서 20만~30만원대 아디다스와 뉴발란드 제품은 30여명 남짓의 반 학생들 중에서 두어명 정도만 입을 정도로 부러움을 사고 있다는 후문이다.
서울 마포구 한 여자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황모양(16)은 “물론 친구들끼리 비싼 브랜드를 대놓고 따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대부분 친구들이 모두 롱패딩을 입었기 때문에 10만원대라도 사입지 않으면 소외받는 느낌이 들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롱패딩은 부모 재력을 나타내는 일종의 잣대로 통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소득 편차가 심한 강남지역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서울 강남구 한 고등학교에 재직하는 한 교사는 “학교에서 디스커버리나 르꼬끄 브랜드처럼 30만원에서 40만원짜리 고가 롱패딩을 입고 다니는 아이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며 “요즘 인기를 끌고 있다는 평창 패딩은 가격대가 10만원대로 비교적 낮아서인지 입은 학생들을 못봤다”고 말했다.
이어 “게다가 이렇게 값비싼 롱패딩은 브랜드명이 크게 써져 있어 멀리서도 티가 많이 나는데, 이런 고가의 옷을 사 입지 못하는 학생들이 튀어보일까봐 더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일부 학부모 사이에서는 중·고등학생 자녀들이 고가 브랜드 롱패딩을 찾는 바람에 비교적 저렴한 10만원대 롱패딩을 살 수 없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청소년들이 ‘나만 안입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심리에 휘둘리는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소비를 부추기는 듯한 일부 업체들의 마케팅이나 상술도 문제지만 청소년과 학부모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 고등학교 인근에서 만난 김모군(16)은 “반 친구들 모두 롱패딩을 입는다고 하니까 제가 왕따 당할까봐 무섭다며 부모님이 먼저 사주셨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1학년 재학 중인 김군은 학교에서 롱패딩 유행으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한 듯 ‘롱패딩 금지령’을 내렸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학원가로 불어닥친 롱패딩 열풍까지는 막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김군은 “친구들 모두 학원에 다닐 때에는 롱패딩을 입고 온다”며 “반에서 거의 1~2명을 제외하곤 검은색 롱패딩을 입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이같은 롱패딩 열풍이 일부 패션업체들의 연예인 마케팅 탓이라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실제 패션업체들은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아이돌그룹을 광고 모델로 내세우며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패션업체 아이더와 케이스위스는 인기 아이돌그룹 ‘워너원’, 푸마는 ‘방탄소년단’, 블랙야크는 ‘뉴이스트W’, 다이나핏은 ‘세븐틴’을 모델로 기용했다.
패션업체 한 관계자는 “인기 아이돌그룹이 음악방송이나 예능에서 특정 롱패딩을 착용하면 즉시 해당제품이 불티나게 팔리는 현상이 나타나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일부 브랜드는 연예인을 동경하는 10대 심리를 활용해 일정 금액 구매시 브로마이드나 관련 굿즈 및 팬 사인회 응모권을 증정하는 행사도 벌이고 있다.
아이더의 경우 제품 구매 고객 대상으로 팬 사인회 응모권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돌 그룹이 광고하는 한 아웃도어 브랜드 매장에서 만난 김모씨(45·여)는 “고등학생 딸이 아이돌 팬이라서 롱패딩을 사달라고 해서 알아봤는데, 팬 사인회 초대권도 아니고 결제금액 기준 5만원당 응모권 1장이라니 상술이 지나친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