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병이면 꿀보직이지”
이 말을 들을 때 마다 운전병 출신 예비역들의 속은 뒤집히고 만다.
많은 사람들이 운전 경험을 쌓을 수 있고 차량에 대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며 운전병을 부러워하기도 한다.
물론 겉으로 보기에는 운전도 하고 답답한 부대 밖으로 나가서 좋아 보일 수도 있으나, 실상은 다른 군인들 못지않은 고충들이 존재하기도 한다.
그럼 ‘운전병들만 아는 남모를 고충 9가지’를 통해 운전병의 실상을 살펴보고 더 이상의 오해는 모두 날려버리길 바라는 바이다.
#1. 에어컨 없는 차량
운전병에게 여름은 그야말로 생지옥이다.
겨울에는 히터가 있어서 그나마 낫지만 여름에는 에어컨이 없어서 내리쬐는 햇볕 아래 차 안은 그야말로 찜질방 자체가 된다.
창문을 열고 달리면 바람에 땀이 마르지만 정차하는 순간 다시 땀이 줄줄 흐르기도 한다.
#2. 무파워 핸들
뻑뻑함 그 느낌은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다.
친구들을 한가득 태운 놀이터 뺑뺑이 돌리는 거 보다 더 힘들다는 이 운전대는 정말 끔찍하다.
유턴하려고 핸들을 돌려 보지만 돌려도 돌려도 끝이 없게 된다.
#3. 각종 오일들
구리스, 기어오일, 엔진오일 등 각종 오일 때가 손톱을 파고들어 아무리 씻어도 안 빠져 지옥이 펼쳐진다.
부모님이 면회라도 오시는 날에는 혹여 아들을 걱정할까 수세미로 빡빡 문질러 지워보기도 한다.
#4. 겨울에 솔벤트에 손 씻기
오래된 구리스가 발려져 있는 베어링은 솔벤트에 담궈 씻어내야 한다.
솔벤트는 매니큐어 제거액과 같은 역할을 하는데 차가운 솔벤트에 손을 집어넣은 순간 손에 감각은 사라지고 얼어붙게 된다.
겨울철 영하의 날씨 속에 솔벤트에 손 씻고 밥 먹으러 갔던 수많은 운전병들은 지금도 그날을 떠울리면 아찔할 것이다.
#5. 고임목(받침목)
사진에 보이는 노란 것이 고임목이다.
군대의 차량은 무게가 엄청나기 때문에 정차 시 굴러가지 말라고 고임목을 놓아둔다.
고임목은 잃어버리는 일도 허다하고, 주차할 때마다 항상 받쳐놔야 하므로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6. 호루
호루 또는 호로라고 하며 차량을 덮는 천막으로 보기보다 굉장히 튼튼하고 두꺼워 설치하기가 굉장히 힘들다.
또한 굉장히 무겁고 단단히 당겨서 고정해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힘이 소비되기도 한다.
간부가 오전에 호루를 벗기라고 해놓고 오후 운행에 호루를 씌우라고 할 때면 정말 그저 죽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7. 기다림의 연속 끝없는 대기 시간
“여기서 대기 하고 있어”
금방 온다고 한 간부는 항상 몇 시간이 흘러도 올 생각이 없다.
또한 운행이 있으니 대기하고 있으라는 말에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지만 운행이 취소되는 일도 굉장히 많다.
#8. 훈련을 받지 않는다는 오해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운전병은 훈련을 받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물론 1호차 운전병, 구급차 운전병 등 특수 보직들은 예외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훈련에서 보통 열외가 된다.
하지만 이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운전병들은 각종 훈련이나 행군 시 열외가 없다.
#9. 겨울철 눈 내리는 날 체인 설치
겨울철만 되면 체인을 쳐야 하는 생각에 또 손이 부르틀 걸 떠올리면 짜증이 쭉쭉 밀려온다.
군용 스노우 체인은 모두 쇠사슬로 되어있어 굉장히 무겁고, 설치하는데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또 추운 겨울철, 설치와 해체를 수시로 하기 때문에 차가운 금속에 손이 망가지기 쉽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