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핏빛 호수에 발을 들이는 순간, 그 누구도 멀쩡히 살아돌아올 수 없다.
최근 온라인 미디어 그리스트는 어떤 생명체도 살아남을 수 없는 ‘죽음의 호수’에 대해 소개했다.
호수의 색깔부터 붉은 피를 연상시키는 이 ‘죽음의 호수’는 탄자니아의 나트론 호수(Lake Natron)이다.
나트론 호수 주변에는 돌처럼 딱딱하게 말라 비틀어진 동물의 사체가 널려있다.
지난 2013년 야생 사진작가 닉 브랜트의 사진전에서 공개된 이들의 사진은 많은 이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사람들은 나트론 호수에 그리스 신화 속 악명 높은 괴물인 ‘메두사’의 이름을 붙여 부르기 시작했다.
살아있던 순간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는 동물들의 사체에 의문을 품은 듀크대학교의 카터 로버츠는 호수의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나트론 호수에는 다른 호수에 비해 유독 많은 양의 탄산수소나트륨(NaHCO3)이 함유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나트론 호수 근처에는 지금도 마그마를 뿜어내고 있는 올 도이뇨 화산이 있다.
이 화산의 마그마가 나트론 호수까지 흘렀고, 마그마에 남아있던 탄산수소나트륨이 호수에 남게 됐다는 것이다.
보통 탄산수소나트륨의 수치가 높은 물은 강한 염기성을 띠기 때문에 다른 생명체가 살기 어려운 환경이 된다.
강한 염기성은 단백질을 녹이기 때문에 누구든 물에 발을 들이는 순간 피부와 장기가 빠른 속도로 부식되어 죽음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호수의 색이 붉은 이유도 염기성에 강한 붉은 박테리아만이 살아남기 때문이다.
실제로 1950년에는 미국의 한 조류학자가 호수 인근의 진흙에 빠졌다가 피부 이식수술을 받은 끝에 겨우 살아난 사건도 있었다.
박테리아 외에 이 호수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또 다른 생명체는 바로 홍학으로, 홍학은 다른 동물들에 비해 탄산수소나트륨에 저항력이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나트론 호수는 홍학의 집단 서식지 중 하나로도 잘 알려져있다.
한편 원인이 밝혀진 후에도 나트론 호수는 여전히 사람들에게 ‘죽음의 호수’, ‘메두사 호수’ 등으로 불리며 그 악명을 떨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호수 근처에 간다고 해서 바로 몸이 딱딱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호수가 강한 염기성을 띠기 때문에 호기심으로 호수 안에 들어가 보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