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여자 컬링 대표팀이 한국 최초 메달 수확이라는 쾌거를 이루고 국민적 관심을 모았지만 여자 컬링 대표팀이 메달을 따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지난 25일 스웨덴과의 결승전 이후 기자회견에서 대표팀 주장 김은정은 “국가대표가 됐는데 저희를 더 힘들게 하는 분들이 많더라”라고 말했다.
컬링팀을 이끈 김은정 감독도 지원이 열악해 많이 힘들었다고 눈물을 보였다.
컬링 대표팀은 지난해 12월 서울 태릉선수촌에 입촌했지만 왕복 3시간 떨어진 경기도 이천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훈련원 컬링장에서 훈련해야 했다.
게다가 빙질과 스톤 상태가 좋지 못해 올림픽을 준비하기 위한 제대로된 훈련을 할 수가 없었다.
올림픽을 준비하려면 올림픽 경기장 조건에서 훈련해야 한다.
하지만 이천훈련원 얼음은 너무 두꺼워 표면 온도 조절이 어려웠고 스톤이 휘는 정도, 스피드, 슬라이딩, 스위핑 등을 제대로 연습할 수가 없었다.
대한컬링경기연맹의 집행부 내분으로 인해 대한체육회가 컬링 대표팀 관리를 맡게 되면서 제때 지원을 받지 못했다.
이를 보다 못한 여자 컬링 대표팀 피터 갤런트 코치와 남자 컬링 대표팀 밥 어셀 코치는 지난해 12월 8일 대한컬링경기연맹에 직접 이메일을 보냈다.
캐나다 출신은 두 사람 모두 3년 전 경북체육회 컬링팀에서 코치를 하다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들은 편지를 통해 “컬링 남녀 국가대표팀 외국인 코치로서 대표팀이 최선의 환경에서 2018 올림픽 메달 가능성을 최대한 끌어올리기를 바란다”며 “하지만 이번주 훈련 조건은 올림픽을 준비하기에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정도였다”고 전했다.
또 선수들이 이동시간 때문에 하루에 3시간씩 허비해야 할뿐더러 얼음 상태가 매우 미흡해 훈련하기에 적합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런 환경에선 올림픽을 제대로 준비할 수 없다. 선수들을 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 연맹과 행정가들은 팀이 되도록, 최고의 환경에서 훈련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것을 제공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외국인 코치들의 간곡한 호소문에도 컬링팀의 열악한 지원에는 변함이 없었다.
오히려 부실 공사로 경기장 완공이 늦어지면서 선수들은 막상 올림픽 경기가 열리는 강릉컬링센터에서도 9일간 32시간 훈련한 게 전부였다.
결국 여자 컬링 대표팀은 제대로 된 지원도 받지 못한 채 오직 선수들과 감독, 코치의 노력만으로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이라는 결실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컬링팀은 다른 종목 메달리스트와 달리 문화체육관광부가 주는 포상금 외에 연맹에서 주는 포상금이 없다.
대한컬링경기연맹 내 포상금 규정도 없고, 예산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아시아 최초, 한국에서 사상 처음으로 컬링 종목에서 은메달을 땄지만 문화체육관광부와 후원사 휠라 코리아가 주는 포상금이 전부다.
이는 1인당 3천만원 안팎으로, 막대한 지원을 받아 훈련하고 은메달을 따 2억원의 포상금을 챙긴 ‘배추보이’ 이상호(스노보드)와 크게 대조된다.
여자 컬링 대표팀이 비인기 종목이라는 설움을 딛고 전국에 컬링을 널리 알렸지만 컬링 꿈나무 육성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번 한국 여자 컬링 선수들을 키워낸 의성여고는 심지어 내년부터 컬링팀 운영을 못 할 처지에 놓였다.
현재 의성여고 컬링팀은 비전공 교사가 감독을 맡는 등 지원이 부족해 제대로 된 훈련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강천석 의성여고 컬링팀 감독은 지난 21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문적인 코치가 없기 때문에 선생님이 다른 학교로 이동하면 학생들을 가르칠 분이 안 계시다”고 말했다.
가능성과 관심은 높아졌지만 컬링 종목에 지원이 이대로 이어지지 않으면 또다시 잊혀져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2018 평창동계올림픽으로 컬링의 무한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대한컬링연맹과 대한체육회의 적극적인 지원과 예산 편성이 뒤따라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