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이 기다리던 마블의 신작 영화 ‘어벤져스 : 인피니티워’가 드디어 개봉했다.
지금껏 본 적 없던 역대급 액션과 스케일, 그리고 캐릭터들의 생생한 매력 포인트로 호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인피니티워’를 보고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데, 영화 자막에서 나타난 오역 때문이다.
‘인피니티워’의 번역을 맡은 사람은 박지훈 번역가로, 예전부터 마블팬 뿐 아니라 국내의 헐리우드 영화 팬들에게 숱한 비판을 받아왔다.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 ‘토르 : 다크 월드’,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 ‘앤트맨’, ‘닥터 스트레인지’,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등을 번역했는데, 손을 대는 작품마다 죄다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팬들은 “박지훈이 오역을 함으로서 캐릭터의 이미지를 붕괴시키는 것은 물론, 마블 영화에 중요한 의미를 전달하지 못한다”며 그를 비판하고 있다.
참고로 매우 강력한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아직까지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은 읽는 것을 지양하길 바란다.
1. 헤임달 “어두운 힘을 주소서.”
타노스는 영화 초반부터 아스가르드 피난선을 습격해 테서렉트(스페이스 스톤)를 빼앗는다.
힘으론 밀릴 자가 없었던 헐크도 타노스에게 간단하게 제압 당한다.
아스가르드의 문지기인 헤임달은 죽어가는 와중에도 헐크를 타노스의 손에서 구출시키기 위해 최후의 힘을 쓰는데, 이 과정에서 “어두운 힘을 주소서”라는 자막이 나온다.
이 대사를 본 사람들은 헤임달의 선조가 ‘흑마법사’였냐며 혼란스러워했다.
‘Dark Energy’라는 말은 흑마법보다는 우주의 암흑 에너지로 보는 것이 더 어울리는 대목으로, “선조들이여. 저에게 힘을 주소서”라는 대사가 더 적합할 것이다.
2. 비전 “블랙 오더의 공격을 받고 페이징 능력이 사라졌어.”
비전은 히어로 중 유일하게 인피니티 스톤을 몸에 소유하고 있다. 때문에 타노스와 그의 일당들은 비전의 스톤을 노리고 지구를 찾아온다.
이때 비전은 블랙 오더 중 한 명에게 공격을 받고 스칼렛 위치에게 “페이징 능력을 잃었다”라고 말하는데, 쉽게 말해 물질 통과 능력이다.
만약 마블 영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면 ‘페이징 능력’이 어떤 것인지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시리즈를 잘 모르는 사람에겐 “그래서 페이징이 어떤 능력인데?”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3. 스타로드 “네 작전 말이야. 별로인 것 빼곤 괜찮아.”
팬들이 마블 영화에서 가장 기대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캐릭터들의 위트 있는 대사이다.
특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멤버들은 비교적 어두운 ‘인피니티워’에서도 유쾌한 분위기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번 ‘인피니티워’의 한글 자막은 스타로드의 입담을 반감시켰다.
타노스를 이길 계획을 세우는 장면에서 스타로드는 아이언맨의 계획에 대해 “I think it’s good, except it sucks. so let me do the planning. so it might be really good”이라고 말한다.
직역을 하자면, “네 계획 좋은 것 같아. 구리다는 것만 빼면”, “그러니 나한테 계획을 맡겨. 정말 좋을지도 모르잖아” 정도로 나온다.
반면 박지훈이 번역한 자막은 이렇다. “네 작전 말이야. 별로인 것 빼곤 괜찮아. 그렇지만 내가 짠 작전은 완전 기발해”
문맥상 큰 문제는 없지만 스타로드 캐릭터가 가지는 위트가 좀 더 반감된 느낌이라는 지적이 많다.
4. 닥터 스트레인지 “이제 우리는 가망이 없어”
가장 치명적인 오역으로 꼽히는 장면으로, 닥터 스트레인지가 타노스의 손에 붙잡힌 아이언맨을 살리기 위해 타임 스톤을 건네주는 장면이다.
결국 타노스는 모든 인피니티 스톤을 건틀렛에 끼웠고 그 순간 전 우주에 있는 인류 절반이 먼지가 되어 사라진다.
사라지는 인류 중엔 닥터 스트레인지도 포함되어 있었고, 아이언맨이 “왜 그런 짓을 하냐”고 묻자 그는 “We’re in the end game now”라고 답한다.
여기서 ‘엔드 게임’은 ‘최종 단계’로 해석할 수 있는데, 닥터 스트레인지는 “이제 최종 단계야”라고 말하며 다음 ‘어벤져스4’에 대한 떡밥을 던진 것이다.
실제로 닥터 스트레인지는 타임 스톤을 지키기 위해 숱한 노력을 해온 캐릭터이다.
타노스와의 전투 전 타임 스톤으로 약 1,400만 가지를 보고, 유일하게 승리한 1개의 미래를 찾아내기도 했다.
따라서 그 동안 그가 보여준 모습과는 상반되는 행동의 이유가 다음 시리즈로 연결되는 ‘떡밥’임을 암시하는 대사였다.
하지만 이 대사를 “이제 우리는 가망이 없어”라고 번역하여 한국 관객들로 하여금 닥터 스트레인지의 행동을 더욱 이해할 수 없게 만들었다.
5. 사무엘 L. 잭슨 “엄마”
자막의 오역 논란은 영화의 끝에 등장하는 쿠키영상에서도 사라지지 않는다.
쿠키영상에서는 쉴드의 대부 사무엘과 그의 오른팔 마리아 힐이 나오는데, 이들 역시 타노스의 인피니티 스톤으로 먼지가 된다.
이때 사무엘은 사라지는 순간에 “Mother F…”라며 말을 잇지 못하는데, 이는 영어의 비속어로 “이런 ㅆ…” 정도가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박지훈 번역가는 이 부분을 “엄마”로 번역하고야 말았다.
캡틴 마블의 등장 예고를 알리는 중요한 순간에 “엄마”를 찾는 사무엘을 본 한국 팬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한편 마블 코리아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번역 문제에 대해 해명했는데 “마블 영화는 해석의 차이이기 때문에 그 부분의 답은 어렵다”며 “답은 ‘어벤져스4’에서 나올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