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으로 작성하는 교원 평가에 교사에 대한 외모 비하나 음담패설이 난무해 시행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3일 조선일보는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가 학생들이 적은 ‘학생만족도 조사지’를 읽던 중 눈물을 쏟은 일화를 전하며 매년 시행되는 교원 평가에 대한 문제점을 보도했다.
매년 전국 초·중·고 교원을 대상으로 한 ‘교원 능력 개발평가’는 학부모와 학생이 교장 등 교원을 대상으로 하는 ‘만족도 조사’와 교원 간 상호 평가하는 ‘동료 교사 평가’로 나뉘어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이 교원평가 과정에서 최근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가 만족도 조사지 중 ‘선생님께 바라는 점’을 읽다가 학생들이 직접 쓴 막말을 보고 눈물을 쏟았다.
만족도 조사는 학생과 학부모는 교사의 학습 지도와 생활 지도에 대해 ‘그렇다’ ‘매우 그렇다’ 등을 선택하는 ‘5점 척도’ 문항들과 서술형 문항 2개를 작성한다.
서술형 문항엔 학생과 학부모가 ‘선생님의 좋은 점’ ‘선생님께 바라는 점’을 300자 이내로 자유롭게 적성하도록 되어있다.
하지만 실제로 학생만족도를 조사하는 서술지에 ‘성형 티남’ ‘수업 노잼’ ‘다리가 굵으니 치마를 안 입었으면 좋겠다’ 등과 같은 외모 비하나 인격 모독적인 말들이 다수 적혀있었다.
그렇기에 교원평가의 취지나 실효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학부모가 작성하는 항목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대면한 적도 없는 교장 및 선생님에 대해 학생들이나 주변 학부모들로부터 들은 이야기만 가지고 외모 비하나 객관적이지 못한 평가를 작성한 사례들도 있다.
교원평가제는 교원의 전문성을 키우고 학생·학부모의 공교육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취지로 도입됐다.
하지만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지난 10월 12~16일 전국 교원 1만6229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90.4%가 ‘교원평가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교원의 불필요한 업무를 가중하고 있고(97.1%) 교사들의 사기만 떨어뜨린다(96.7%)는 게 주된 이유였다. 교사·학생·학부모 간 관계를 왜곡한다(96.2%)고 응답한 교사도 다수였다.
이에 대해 한국교총 관계자는 “교원평가의 취지와 관계없는 인격 모독, 음담패설은 원천적으로 차단할 방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특히 학부모 평가에 대해 동의하지 못한다는 교사들이 많다”며 “수업에 최소 2회 이상 참석해 본 학부모를 대상으로 조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교육부는 욕설이나 비속어들을 ‘금칙어’로 등록해 ‘학생만족도 조사’ 때 못 쓰도록 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모두 걸러낼 수는 없다”고 전했다.
또한 교원평가제 폐지와 관련해서는 개선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수년간 끌어온 제도를 즉각 폐지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