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일본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은 한 사건.
바로 일본 신주쿠에서 여대생 10명이 집단 실신한 채로 거리에 쓰러졌던 사건인데, 당시 학생들은 제 몸을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
경찰의 확인 결과 이들은 일본 메이지 대학의 한 동아리 멤버들이었다.
충격적이게도 남학생들이 여학생들의 술에 수면제를 탔고, 양 조절에 실패한 나머지 치사량에 가까운 양을 넣은 것이었다.
결국 남학생들은 상해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는데, 해당 사건을 두고 일본 언론들은 “메이지 대학 동아리에는 약을 몰래 타 여학생들에게 먹이는 ‘전통’이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언론이 이를 전통이라고 표현하며 일본 사회에서 논란이 됐다.
그런데 과거 일본에서 벌어진 다른 사건들을 살펴보면 일본 사회가 얼마나 성폭행이 만연한 사회인지 가늠해 볼 수 있다.
지난 1982년, 일본의 손꼽히는 명문대 중 하나인 ‘와세다 대학교’에 설립된 동아리 ‘슈퍼 프리(Super Free)’가 바로 그것이다.
이 동아리는 스스로 “각종 행사와 이벤트를 통해 친목을 쌓고 즐거운 추억과 경험을 만드는 동아리”라고 홍보했다.
그러나 1999년부터 이 동아리는 변질되기 시작했다. 이벤트를 구실로 술자리를 만든 뒤 여성들에게 수면제나 최음제를 섭취하게 하고, 성폭행을 하는 ‘문화’를 만든 것이다.
당시 슈퍼프리의 회장이었던 와다 신이치로는 이 같은 범죄행위를 주도했고 동아리 멤버를 조직적으로 늘려 운영했다.
이 동아리엔 와세다 대학교뿐 아니라 동경대, 메이지대 등 여러 명문대학의 학생들이 가담했고 동아리 안에선 수직적인 계급제도를 만들어 역할을 분담하기도 했다.
슈퍼 프리에는 여학생도 약 50여명 포함되어 있었는데, 이들은 다른 여학생들이 동아리를 의심하지 않도록 ‘미끼’역할을 담당하고 그 대가로 돈을 벌었다.
이들은 성폭행을 당해도 신고를 하지 못하도록 성폭행 장면을 촬영한 뒤 이를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슈퍼 프리에서 4년 동안 성폭행을 당한 여성만 무려 400여 명에 이르고, 정신적 충격을 이기지 못한 나머지 극단적 선택을 한 이들도 있었다.
피해 여성들은 도움을 요청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는데, 협박을 당한 것도 있지만 누구도 자신을 도와주지 않는다는 현실을 알고 있어서이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성폭행 범죄를 입증하기가 어렵고 피해자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도 매우 좋지 않기 때문이다.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리더라도 이를 부끄럽게 여기고 쉬쉬하려고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다.
그러던 중 한 피해 여성이 용기를 내 성폭행 사실과 슈퍼 프리의 실태를 고발하기 시작했다. 이후 피해는 잇따라 접수됐고, 희대의 ‘슈퍼 프리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이다.
그러나 충격적인 사실은 ‘슈퍼 프리’에 가담한 수많은 사람 중 극히 일부인 14명만 처벌을 받았고, 나머지는 무혐의 혹은 증거불충분으로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은 채 풀려났다는 것이다.
처벌받지 않은 가해자 및 동조자들은 여전히 일본 사회에서 ‘명문대 졸업생’으로서 선량한 미소를 짓고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