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세상을 떠나게 된 엄마에게 ‘행복해’라고 천진난만하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아이의 모습이 누리꾼들을 눈물짓게 했다.
지난 21일 방영된 KBS 1TV ‘KBS 스페셜’에서는 대장암 4기 판정을 받은 김정화(39)씨의 사망 전 마지막 1년을 그렸다.
중학교 음악교사인 정화씨에겐 자신밖에 모르는 ‘아내바보’ 남편과 ‘엄마바보’ 아들 서진이가 있다.
결혼 10년차, 시험관 시술을 수차례 거듭한 끝에야 가질 수 있었던 아들 서진이.
태어날 때부터 몸이 아파 5년 이상을 병원에서 치료 받아야 했던 서진이를 보며 그들은 힘들어했다.
어렵게 얻은 아들이었기 때문에 정화씨 부부에게는 서진이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였다.
그런데 정화씨는 ‘대장암 4기’라는 소식을 받아들고 믿을 수가 없었다. 처음 암이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정화씨는 “아, 내가 죽을 수도 있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리고 든 생각은 바로 서진이었다. 엄마 없이 남겨질 서진이 걱정에 정화씨는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다.
매일 밤 서진이는 눈을 꼭 감고 아빠와 함께, “엄마가 낫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정화씨도 “많은 욕심 부리지 않는다. 서진이 입학하는 것만 볼 수 있게 2~3년 정도만 버텨주는 것, 그것 하나만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엄마의 병세는 너무나도 빨리 악화되고 있었다.
의사는 정화씨에게 “5월과 비교해서 상황이 많이 안 좋아졌다. 다른 치료를 안 하는게 좋겠다. 항암은 지금 어려운 상황”이라고 어렵게 밝혔다.
희망은 이제 접고 죽음을 받아들여야 할 시기라는 것이었다.
정화씨가 조심스럽게 “3개월 정도 남았냐”고 물었다. 의사는 그보다 더 짧을 수도 있다고 말끝을 흐렸다.
그저 서진이 초등학교만 보내줄 수 있게 2년만 더 달라고 기도했는데, 6개월도 아니고 3개월조차 남지 않았다는 말에 정화씨는 눈물이 앞섰다.
집으로 돌아온 정화씨는 남은 시간 동안 오직 아들 서진이를 위해 살기로 했다.
앙상한 뼈가 훤히 드러날 정도로 야위었지만 서진이가 좋아하는 동화책도 직접 읽어주고 함께 동요도 부른다.
서진이가 유치원에 가고 없는 날, 정화씨는 살이 너무 빠져 이미 헐렁해진 반지를 꺼내 남편에게 전한다.
훗날 서진이가 여자친구가 생겼을 때 꼭 전해주라는 당부도 잊지 않는다.
정화씨는 “서진이가 엄마가 먼저 떠났다는 걸 인식하더라도, 미워서가 아니라 그냥 아파서 떠났다는 것을 꼭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며칠 뒤 정화씨는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겨졌다.
임종이 가까워져 오자 남편은 정화씨의 손을 꼭 잡고 “우리가 약속했던 것처럼 두려워 하지마. 고생했어 여보”라고 토닥여준다.
홀로 먼 길을 가야 할 아내가 외롭지 않도록, 무서워하지 않도록 곁을 지켜주고 싶은 남편이다.
곧 서진이도 엄마에게 다가왔다. 서진이는 하얀 엄마의 얼굴에 입을 맞추고는 “엄마 사랑해. 엄마 행복해”라고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남편과 서진이의 진심 어린 사랑을 느낀 정화씨는 그토록 원했던 것처럼 고통 없이 눈을 감았다.
정화씨의 발인 날, 엄마의 죽음을 받아들이기에 서진이는 아직 너무 어리다.
아빠가 상복을 입혀주는 데도 처음 입어보는 옷에 깔깔거리기 바쁜 서진이다. 화장된 엄마의 유골함을 만지던 서진이는 천진난만하게 “이게 뭐야?”라고 묻는다.
눈물바다가 된 발인식장에서 해맑게 웃으며 “엄마가 하늘나라에 가시면 참 좋을 텐데”라고 말하는 서진의 모습이 보는 이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한다.
그렇게 엄마는 떠났고 집에는 아빠와 서진이만 남았다.
지금도 가끔 서진이는 문득 “엄마가 보고싶다”는 말을 한다. 아빠와 나란히 식탁에 앉아 누가누가 더 엄마를 좋아하는지 내기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어린아이다.
엄마가 세상을 떠나기 전 밤마다 “우리 엄마 아프지 않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하던 서진이는 이제 “엄마 (하늘에서) 잘 계시고 있지? 엄마가 하나님 손 꼭 잡아”라고 기도한다.
남편은 아내가 그토록 손수 보내고 싶었던 서진의 초등학교 입학을 준비하며 아내에게 말한다.
“여보, 우리는 늘 함께하는 거야 셋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