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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ies: 사회이슈

이혼한 전 남편에게 합의금 ‘6000만원’ 지급했다는 이유로, 애인 때려 죽인 남성에 ‘집행유예’ 판결


여자친구가 기절할 때까지 주먹으로 때려 사망에 이르게 한 남성이 유족과 합의 했다는 이유로 실형을 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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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토

지난 1월 11일 의정부지방법원은 여자친구를 주먹으로 수 차례 때려 사망에 이르게 한 A씨(40)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이 남성이 피해자의 이혼한 전 남편에게 합의금을 지급했고, 유족과의 합의를 특별 감경 인자로 인정받아 1심에서 실형을 면하게 된 것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유족들에게 합의금으로 9000만원을 지급했고 유족들이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이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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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우발적인 범죄인 점, 119에 스스로 신고한 점, 범행을 자백하고 반성한 점, 초범인 점” 등을 고려해 형의 수위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오마이뉴스

의정부지법에 따르면 A씨는 전 남편에게 6000만원, 언니와 남동생에게 각 1500만원 등 총 9000만원을 지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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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한 남편은 미성년자인 두 아들의 법정대리인 자격으로서 합의금을 수령했다.

피해자의 부모는 모두 사망했다고 알려졌다.

이용호 의정부지법 공보판사는 “유족은 통상적으로 상속권자를 의미하는데, 피해자의 상속권자인 두 아들이 모두 미성년자라 이들을 부양하고 있는 이혼한 전 남편이 합의금을 수령한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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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죄질에 비해 형량이 낮다며 항소했고 항소심은 3월 중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오마이뉴스

피해자가 사망한 사건이라도 유족과의 합의만 있다면 실형을 면할 수 있다는 사실에 누리꾼들은 분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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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법 259조에 따르면 사람의 신체를 상해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자(상해치사)는 3년 이상 30년 이하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상해치사 형량 범위의 최하한선인 3년의 징역 선고시, 형법 62조(집행유예의 요건)에 따라 재판부가 형의 집행을 유예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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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 참작 사유는 ‘범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의 동기, 수단 및 결과’, ‘범행후의 정황” 등이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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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이창현 한국외대로스쿨 교수는 “‘유족과의 합의’를 감경 요소로 볼 것인지는 결국 판사의 재량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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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상해치사가 아닌 살인 혐의로 기소된 경우라도 유가족과 합의를 하면 집행유예가 선고될 만큼 재판부가 집행유예를 남발하는 관행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상해치사보다 형량이 높은 살인 혐의를 적용할 수는 없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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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법상 집행유예는 3년 이하의 징역일 경우에 선고가 가능하다.

살인은 법정 최저 형량이 5년으로 상해치사에 비해 집행유예 선고가 까다롭다.

의정부지검은 피고인이 피해자를 폭행한 뒤 119에 직접 신고했고, 피해자가 폭행이 일어난 날로부터 11일 후 사망했다는 사실 등을 미루어 봤을 때, 살인의 고의를 입증하기 어려워 살인 혐의가 아닌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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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해성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사는 “고의가 입증되지 않은 과실범의 경우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도록 형량을 3년 이하로 맞추려는 게 사법부의 관행”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강력범죄의 경우 집행 유예를 선고하기 어렵도록 독일처럼 감경 요인의 적용을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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