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트 모스, 시에나 밀러가 스타일 모델로 삼을 만큼 트렌디한 패션 아이콘이었으며, 롤링 스톤즈 ‘믹 재거’의 연인으로도 유명한 그녀.
그녀는 바로 1960-70년대 영국의 가수였던 ‘마리안느 페이스풀’이다.
그러나 그녀를 늘 따라다녔던 수식어는
‘천사의 얼굴을 한 창녀’, ‘퇴폐의 요정’, ‘더러운 소녀’ 같은 것이었다.
순진한 얼굴과 해맑은 미소를 가진 그녀는 어떤 사연으로 퇴폐와 타락의 아이콘이 되었을까?
마리안느는 매우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녀는 대대로 오스트리아 귀족 혈통을 이어받은 명문가 출신이었다. 또한 아버지는 런던 대학에서 교수로 활동했다.
유복하고 엄격한 집안의 전통을 따라 마리안느는 수도원에서 운영하는 학교에 입학해 착실한 ‘현모양처’로 자라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여름 방학에 그녀의 운명은 바뀌었다.
당시 무명이었던 롤링스톤즈의 론칭 파티에 친구와 함께 놀러가게 된 것이다.
이곳에서 마리안느를 보게 된 롤링스톤즈의 매니저는 순수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섹시한 느낌을 가진 마리안느의 매력에 빠지게 되고 당장 가수 계약을 맺자고 했다.
마리안느는 평소 학교 근처 카페에서 노래를 할 만큼 노래를 좋아했기에 이에 찬성해 앨범을 발표했다.
그렇게 발표한 첫 앨범은 대성공을 거뒀고, 그녀는 학교에 돌아가지 않고 가수 생활을 시작한다.
대중들은 소녀 같은 그녀의 모습과 노래에 열광했다.
마리안느는 가수 생활을 시작하며 만나게 된 동료 가수와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으며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듯 했다.
그런데 그녀 인생을 순식간에 소용돌이에 휩쓸리게 한 사건이 일어난다.
바로 나쁜 남자의 대표적 아이콘이었던 롤링스톤즈의 보컬 ‘믹 재거’와 사랑에 빠지게 된 것이다.
마리안느는 믹 재거 때문에 남편과 이혼을 하고 항상 롤링 스톤즈를 따라다닌다. 그녀는 늘 믹 재거와 함께 다녔고 최고의 록스타에 걸맞는 멋진 여자친구 역할으로 단숨에 화제의 인물이 된다.
그녀는 그렇게 셀러브리티 반열에 올라 화려한 삶을 시작했다. 마리안느는 여성들에게 질투와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으며, 그녀의 패션은 늘 화제를 낳았다.
하지만 화려한 록스타들의 삶 뒤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존재했다. 마리안느는 그들의 난잡한 사생활에 물들었고 이내 마약에 중독되었다.
처음엔 마리화나에 손댔던 마리안느는 모르핀, 헤로인, 코카인 같은 강도 높은 마약에까지 손을 뻗게 되고 오히려 마약을 먼저 시작한 밴드 멤버들보다도 더 심각한 마약 중독에 빠지게 된다.
그러던 1967년, 마리안느를 단숨에 추락시켜 버린 ‘레즈렌드 별장 사건’이 발생한다.
경찰은 롤링스톤즈 멤버 키스 리차드의 별장 파티에 신고를 받고 출동했는데, 이 때 충격적인 현장을 목격한다.
술, 담배, 그리고 마약이 난무하는 파티 현장에는 9명의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 중 여자는 마리안느 단 한 명이었다.
게다가 그녀는 알몸 상태에서 경찰이 출두하자 간신히 카페트로 몸을 가리고 있었다. 이 사건은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며 마리안느의 이미지는 단숨에 추락하고 만다.
당시 상황은 부풀려지고 왜곡되며 마리안느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성적인 루머들이 난무했다. 그 결과 마리안느는 순수했던 이미지가 사라지고 ‘더러운 소녀’의 아이콘이 되었고, ‘천사의 얼굴을 한 창녀’라는 수식어를 얻게 된다.
그러다 마리안느에게 또 한번의 시련이 닥치는데, 믹 재거의 아이를 유산하게 된 것이다.
그녀를 잡아 주는 유일한 희망이었던 아이를 잃고 마리안느는 삶의 의욕을 잃은 채 자살을 시도한다.
실패 이후 그녀는 더욱 마약에 빠져 마약 중독이 걷잡을 수 없는 상태까지 심해지고 말았다.
청아하고 순수했던 마리안느의 목소리는 마약과 담배로 인해 갈라지고 거칠어졌다. 그녀는 백만 개의 담배를 핀 것 같은 목소리라는 뜻의 ‘밀리언 시가렛 보이스’라는 오명까지 얻는다.
그리고 마리안느는 그녀를 스타덤에 올려놓았지만 동시에 추락하게 만든 연인 믹 재거와 이별한다.
이별 후 그녀는 재기를 꿈꾸며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여러 영화에 출연한다.
당시 최고 미남 배우로 유명했던 알랭 들롱과 함께 영화에 출연, ‘세기의 연인’이라 불리며 재기에 성공하는가 싶었지만 그러기엔 그녀의 마약 중독은 매우 심각했다.
그녀는 스스로를 ‘dirty little girl’이라 불렀고, ‘마약과 담배가 상징인 여가수’란 불명예만 남았다.
결국 마리안느는 아무도 돌봐주는 사람 없이 마약에 찌들어 방랑하는 런던 거리의 노숙자로 생활하게 된다.
그러나 그녀는 다행히도 주변 사람들과 그녀의 하나 뿐인 아들이 마약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열심히 재활을 도운 결과, 자신의 인생을 망쳐 놓은 마약과의 이별에 성공한다.
비록 나이가 들었고, 예전의 미모는 사라졌지만 재활에 의지를 보이던 마리안느는 유방암 판정에도 굴하지 않고 항암 치료를 이겨낸다.
그리고 그녀는 예순이 넘은 나이에 영화 배우로 재기하게 된다.
2007년, 영화 ‘이리나 팜’에서 손자의 수술비를 위해 창녀가 된 할머니 역할을 맡아 호평을 받은 것이다. 누구보다 화려했지만 누구보다 타락한 삶을 살았던 그녀는 영화에서 비슷한 역할을 연기하며 스스로 과거를 돌아봤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리고 마리안느는 인터뷰에서 “나는 이 영화가 자랑스럽다. 이건 더러운 이야기가 아니라 삶에 대한 이야기며, 나로서는 저절로 몰입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또한 “내 삶은 내 것이다. 나는 여전히 내 삶을 살고 있으며, 아직 끝나려면 멀었다.”고 덧붙였다.